2019년 주한 미국 대사관저를 월담해 무단 침입했던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소속 회원들이 대사관저 앞에서 계속 1인 시위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이를 제지했던 서울 남대문경찰서 서장에게 1인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소속 경찰관들을 교육할 것을 권고했다고 9일 밝혔다.

대진연 소속 남녀 회원 19명은 지난 2019년 10월 18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미 대사관저 담장 근처에서 불법 시위를 벌이다 기습적으로 담을 넘어 내부에 침입했다. 이들은 대사 가족이 생활하는 건물 현관 앞을 점거해 1시간 넘게 반미(反美) 시위를 벌였다. 이들 중 4명이 구속되자, 대진연 회원들은 일주일 뒤인 같은 달 25~27일 대사관저 정문 앞에서 ‘구속 회원을 석방하라’며 1인 릴레이 시위를 재차 시도했다. 당시 현장 경찰관들은 ‘인근 분수대로 옮겨 시위를 할 것’을 안내했으나, 시위자들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경찰은 인권위 조사에서 “당시 1인 시위자 주변에 3명이 동행해 순수한 1인 시위로 보기 어려웠고, 외교 공관 100m 이내 시위를 금지하는 현행법에 근거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또 “월담 사건 후 미 국무부가 공관 보호를 강화해달라고 촉구한 것도 감안한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인권위는 “시위자가 돌발 상황을 계획했더라도 1인 시위 자체를 처음부터 막을 것이 아니라, 물리적 위험 발생이 현저히 우려될 때 저지하는 것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부합한다”고 했다. 또 미 국무부의 요청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 보장에 대한 고려 없이 1인 시위까지 전면 금지해 달라는 요청으로 해석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미 대사관저 월담을 주도한 대진연 소속 회원 김모(23)씨 등 4명은 작년 4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은 오는 24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