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서 실종된 대학생 손정민씨 실종 5일만에 숨진 채 발견/전기병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의대생 손정민(22)씨가 신고 닷새 만인 30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오후 3시 50분쯤,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에서 20여m 떨어진 곳에서 사람 머리 형상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을 민간구조견이 발견했다. 곧 119구조대 보트가 출동해 시신을 건져냈다.

중앙대 의과대학 본과 1학년인 손씨는 경기고 재학 시절, 장학퀴즈 왕중왕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수재(秀才)였다. 손씨가 실종된 것은 지난 25일. 아버지 손현(50)씨는 엿새째 외아들을 찾아 헤맸다. 실종 장소 인근에 전단 수천 장을 배포하고 현수막도 내걸었다. 28일 새벽 아들의 실명(實名), 사진 수십 장과 함께 인터넷 블로그에 올린 ‘아들을 찾습니다’란 장문의 글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며 기사화됐고 사회적 관심도 쏠렸다. 제보·격려 댓글만 4700개가 넘게 달렸다. 장학퀴즈 진행자였던 방송인 이지애씨가 소셜미디어에 ‘제보를 바란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손씨는 결국 시신으로 발견됐다.

아들 손씨가 집을 나선 것은 지난 24일 오후 11시. 대학 동기인 친구 A씨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한강공원 CC(폐쇄회로)TV에, 편의점에서 먹거리를 사들고 가는 손씨의 모습이 찍혔다. 손씨는 A씨를 만나서도, 오전 1시 24분까지 ‘생각보다 앉아서 노는 사람이 많다’ ‘재미있게 놀고 술 조심해라’와 같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어머니와 주고받았다. 오전 1시 50분쯤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춤추며 노는 친구 사진을 올렸고, 오전 2시쯤엔 스마트폰으로 친구와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영상도 찍었다.

오전 3시 30분쯤, 친구 A씨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정민이가) 취해서 자는데 깨울 수가 없다”고 했다. 둘은 동네 친구로 함께 해외여행도 갈 만큼 친한 사이였다고 한다. A씨는 오전 4시 30분쯤 혼자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챙겨 자신의 집으로 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자고 일어나 보니 정민이가 옆에 없었던 것 같고 그래서 집에 갔다”고 진술했다.

혼자 귀가한 A씨를 본 그의 부모는 손씨를 찾기위해 함께 한강공원으로 향했다. 결국 찾지 못하자 오전 5시 30분쯤 손씨 어머니에게 실종 사실을 알렸다. 손씨 부모도 나섰지만 아들은 없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혼자 귀가할 때 A씨는 자신의 폰 대신 손씨 휴대폰을 잘못 가져오기도 했다. 손씨 부모가 오전 6시쯤부터 한강공원에 남아있을 A씨 폰으로 전화를 수차례 걸었지만, 계속 받지 않다 오전 7시쯤 전원이 꺼졌다. 마지막 신호가 잡힌 곳은 강 건너편인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기지국’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 기지국은 폰이 강남에 있어도 강북 신호가 잡히기도 한다”며 “정확한 휴대전화 위치는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이후 경찰은 드론, 헬기, 수색견 등을 동원해 수색을 이어왔다.

시신이 발견됐지만 정확한 사인(死因)은 확인되지 않았다. 본지 기자가 이날 실종 장소 인근의 한강 수심을 직접 재보니, 성인 무릎에도 미치지 못하는 20~30㎝ 정도였다. 경찰 관계자는 “29일에 비가 와서 평소보다 물이 더 차 있는데, 실종 당시엔 지금보다 더 얕았다”며 “갑자기 수심이 확 깊어지는 구간도 없다”고 했다. 굴러 떨어지거나 발을 헛디뎌도 혼자 물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아버지 손씨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 있었다고 제보해 온 목격자는 “오전 3시 40분쯤 두 사람 모두 자리에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유족들의 요청으로 1일 시신을 부검(剖檢)하기로 했다. 아버지 손씨는 “정민이 얼굴은 너무 깨끗하고 생전과 같았는데 뒷머리에 두개골이 보일만큼 날카롭게 베인듯한 큰 상처가 2군데쯤 있었다”며 “실족해서 물에 휩쓸려 다니다 상처가 난 것이 확실히 밝혀지면 저희는 당연히 납득할 것이지만, 아직 할 게 남았고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로 타살 혐의점이 있는지 면밀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