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인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직접 배달을 가던 50대 치킨집 사장이 중앙선을 넘어온 벤츠 차량에 치여 숨졌다. 가해 차량을 몰던 A(34)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 이상 만취 상태였다. 치킨집 사장에게는 보험금 2억7000만원이 지급됐다. 하지만 A씨가 부담한 금액은 300만원. 보험사가 대부분 부담하고 음주 운전자는 300만원만 내면 되도록 법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음주 운전자가 2억7000만원을 다 물어내야 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음주운전·무면허·뺑소니 사고를 낸 경우,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 전액을 보험회사가 가해자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사는 음주 운전 등으로 사고를 낸 경우 보험사가 자신들이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 일부를 ‘사고 부담금'이란 이름으로 가해자에게서 받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이 금액이 지나치게 적어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가 적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작년 10월 의무보험 사고 부담금을 대인 300만원에서 1000만원, 대물은 1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이를 의무보험 한도(대인 1억5000만원, 대물 2000만원)까지 올리는 법 개정안을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적용하고, 피해 보상액이 의무보험 한도를 넘으면 금융위 등과 협의해 한도를 무한대로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마약·약물 운전 사고에도 사고 부담금이 적용된다. 작년 9월 해운대에서 마약 운전으로 7중 연쇄 사고가 일어나 9명이 다치고 8억1000만원 피해 보상금이 지급됐는데, 가해 운전자가 부담한 부담금은 없었다.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속도위반 등 12대 중과실 사고를 낸 경우, 가해자의 수리비 청구를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그동안은 12대 중과실이어도 과실 비율에 따라 피해자도 가해 차량 수리비를 보상해야 했고, 가해 차량이 고가 차량이면 피해자가 오히려 더 많은 수리비를 부담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에 12대 중과실 사고의 경우, 피해자에게 차 수리비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