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동 잠수교 난간에 가족들이 김성훈(24)씨를 찾기 위해 붙인 메모지. /신지인 기자

“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 지금 어디에 있니, 엄마랑 같이 집에 가자.”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잠수교. 이런 내용이 적힌 노란색 메모지 100여장이 4~5m 간격으로 빼곡히 붙어 있었다. 시민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메모를 읽거나 사진을 찍었다. 이를 붙인 건 지난 7일 잠수교 근처에서 실종된 김성훈(24)씨의 가족들이다.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매일같이 이곳에 나와, 펜으로 직접 쓴 메모지가 혹시나 바람에 날아갈까 스카치테이프로 하나하나 붙였다. 가족의 애타는 호소에도 김씨는 24일 오전 11시 45분 서울 동작대교 부근 한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실종된 지 17일 만이었다.

경찰에 김씨 관련 신고가 들어온 것은 지난 12일 오후 1시 10분. 잠수교를 지나던 시민이 “수상한 차가 며칠째 정차돼 있다”며 김씨 소유의 흰색 그랜저 차량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해 보니, 조수석 뒷자리에 버너로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있었다. 빈 소주병 3개와 반쯤 마신 소주 페트병 1개가 뒹굴고 있었고, 휴대전화도 3대가 있었다. 그런데 차량 내부는 물론 근처에도 사람은 없었다. 휴대전화 한 대에는 1분 5초짜리 영상이 저장돼 있었다. 영상 속 김씨는 “엄마 아빠 미안해. 열심히 살아볼라 그랬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거 같아. 난 그냥 까미 옆에 갈게”라고 했다. 까미는 김씨 가족들이 15년간 키우다 죽은 강아지 이름이다. 경찰은 서울 잠수교의 한 교량에 달린 CCTV에, 7일 저녁 찍힌 김씨의 모습을 확인했다. 차에서 내려 남쪽으로 걸어가다, 다시 돌아서서 차량으로 향하는 모습이었다.

김씨의 고향은 전남 해남이다. 작년 9월부터 지난 1월까지 광주의 마트를 돌며 식품 납품 일을 한 성실한 청년이었다는 게 가족들 얘기다. 지난달 초 “아직 젊으니 독립해서 살아보고 싶다”며 경기도 오산으로 떠났다. 이후 어머니 신모(53)씨와 ‘걱정하지 마 엄마’ ‘평택 생산라인에서 일하고 있어’라는 메시지도 주고받았다. 그런 김씨가 집을 떠난 지 한 달여 만에 실종된 것이다.

가족들은 지난 14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처남이 실종됐어요 잠수교 목격자를 찾습니다’란 글을 올렸다. 김씨의 휴대전화에선, 지난 2일 페이스북의 한 개인회생 관련 페이지에 ‘현재 은행권 4곳에 총 4700만원의 빚이 있는데 너무 힘들다. 어떻게 하면 되느냐’란 댓글을 남긴 것을 확인했다. 김씨 누나는 “빚은 가족들이 얼마든 해결해 줄 수 있었는데…”라고 했다.

동생이 시신으로 발견되자 김씨 누나는 도움을 요청했던 온라인 커뮤니티에 ‘저희 가족처럼 같이 찾아주시고 걱정, 위로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글을 남겼다. “성훈이 데리고 해남으로 갑니다. 부모님께선 ‘우리 성훈이 우리 아들 배 많이 고팠을 거라고 맛있는 거 많이 많이 차려줘야 한다고…. 어서 가자 성훈아, 어서 가자’ 하시며 계속 우십니다. 마음이 찢어집니다. 마음이 찢어지는 게 이런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