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한 곱창집. 밤 9시 50분이 되니 갑자기 볼륨을 크게 키운 음악이 울려 퍼졌다. 테이블 이곳저곳에서 손님들이 “가야 하는 모양이다” “이제 끝내자”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술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곱창집 사장 박종명(39)씨는 매일 밤 9시 50분만 되면 이 노래를 튼다. 수도권의 ‘밤 10시 영업 제한’에 맞추기 위해 손님들에게 영업 종료를 알리는 방식이다. 박씨는 “일일이 구두로 ‘나가야 한다’고 알리다 보면 술에 취한 손님들이 화를 낼 때가 있다”며 “불편한 상황을 피하고 손님들도 기분 좋게 귀가할 수 있게 분위기를 내본 것”이라고 했다.
방역 당국이 수도권 식당·술집·카페 등의 매장 내 영업시간을 밤 10시로 제한한 것은 지난달 15일. 상황이 지속되면서 밤 10시에 맞춰 손님들을 내보내기 위해 자영업자들이 온갖 ‘비책(祕策)’을 동원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양꼬치집은 밤 10시가 가까워지면 매장에 틀어놨던 음악을 끈다. 그런 뒤 주방과 주류 냉장고 등 순서대로 불을 탁탁 끈다. 손님을 내보내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이다. 인근의 한 주점은 밤 9시 50분이 되면 매장 내 대형 스크린에 ‘9시 50분입니다. 곧 마감이니 자리를 정리해주세요’라는 문구를 띄워놓는다. 점원 유모(29)씨는 “대다수 손님은 문구를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일부 손님만 술을 계속 마신다”면서 “직접 가서 ‘퇴장해달라’고 안내해야 할 손님이 특정되기 때문에 효율적”이라고 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매장에 뻐꾸기 시계를 설치해놓고 밤 10시에 맞춰 ‘뻐꾹’ 소리가 울리게 한다” “외부 간판불을 끄고, 손님들에게 ‘결제 좀 해주시겠어요’라고 하면 알아서 자리가 정리된다” 등 다양한 ‘밤 10시 영업 끝내기’ 비책이 공유되고 있다.
이렇게 머리를 짜내고도 자영업자들은 악착같이 ‘귀한 손님’들을 내보내려 실랑이까지 벌인다. 지난 13일 밤, 서울 구로구의 한 설렁탕집에선 60대 남성 두 명이 ‘밤 10시 전에 나가야 한다’는 안내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앉아 술을 마셨다. 사장 김모(53)씨가 “우리도 어쩔 수 없다. 적발되면 손님들도 과태료 내셔야 한다”고 하자 남성들은 “손님이 대화하고 있는데 왜 방해를 하느냐” “손님한테 이러면 안 되지”라며 화를 냈다고 한다. 김씨는 “가뜩이나 장사가 안 돼 한두 푼이라도 더 팔아야 하는데 술·안주 더 팔아주겠다는 손님을 억지로 내보내야 하는 심정이 어떻겠냐”면서 “손님들 내보내면서 싫은 소리까지 들으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조모(48)씨도 “마감 20분 전쯤부터 손님들에게 앵무새처럼 ‘나가달라’고 사정하면, 손님들이 불쾌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가게를 나선다”며 “매일 가게 문을 열면서 ‘오늘 밤엔 손님들을 어떻게 내보내야 하나’ 걱정부터 든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이 이렇게 ‘손님 내보내기’에 혈안이 된 것은, 방역 위반의 책임을 자영업자가 사실상 모두 뒤집어쓰기 때문이다. 밤 10시 이후 매장 영업을 하는 등 방역 수칙을 위반하다 적발되면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과태료보다 더 무서운 건 한 번만 걸려도 2주간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도 배제된다. 한 자영업자는 “정부는 코로나로 장사 시간을 제한하면서 손님이 안 나가는 책임도 모두 우리가 떠맡으라고 한다”면서 “자영업자를 완전히 호구로 보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자영업자들은 손님 한 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기를 쓰고 손님을 내보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울분을 토한다. 서울 구로구의 한 갈빗집 사장 김모(60)씨는 “코로나 사태 이후 직원을 7명에서 3명으로 줄였지만, 임차료·인건비·재료비 등을 빼면 여전히 적자를 보고 있다”며 “손님 한 명이 아쉬운데 매일 밤 손님을 내쫓는 상황에 헛웃음이 나온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박모(63)씨는 “손님이 가장 붐빌 밤 10시에 손님들을 내보내고 있으면 ‘내가 장사꾼이 맞나’ 싶은 자괴감이 든다”며 “정부가 ‘까라면 까라’는 식이 아니라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제대로 고려한 정책을 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