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수원 출신 의원들이 18일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전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3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 발표를 비판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상은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7일 남부지역(수원)에 있는 경기도 산하 7개 공공기관을 북부와 동부 지역으로 이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수원지역 정가에서 두루 반발이 일고 있다. 또 이전 대상 기관의 직원들도 경기북부 표심 확보를 위한 이 지사의 정치적 행보라는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수원에 지역구를 두고 있거나 수원 출신 비례대표인 경기도의회 안혜영·박옥분·양철민 의원 등 13명은 18일 오전 경기도의회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갖고 “소통 없는 도지사의 일방적 행정에 수원시민과 경기도민을 대표해 강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도의회를 비롯해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 시민단체, 공공기관 임직원, 관련분야 전문가들이 포함된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 재검토 수준의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경기 남·북부 균형발전 측면에서 반세기 동안 중첩규제로 소외받아온 북부지역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취지에는 이해하고 공감하나 정책 결정 과정에서 나타난 이재명 지사의 일방적 행정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공공기관 북부 이전이 북부지역 발전을 가져온다는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발표는 큰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정치적 입장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공공기관 이전만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유일한 정책인지 의문이며, 수원 광교신도시에 신사옥 착공을 앞두고 있는 경기주택도시공사, 경기신용보증재단의 경우에는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며 “졸지에 이삿짐을 싸야 하는 해당 공공기관 임직원의 입장 역시 전혀 고려되거나 반영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직원들로 구성된 경기도 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맹도 이날부터 도청 앞에서 ‘소통 없는 일방 추진, 삶의 터전 무너지네’, ‘거주 이전의 강요 웬 말이냐’ 등을 적은 푯말을 들고 1인 릴레이 집회를 시작했다.

한편 염태영 수원시장도 전날 소셜미디어에 “균형발전 관점에서 경기도 공공기관을 소외지역으로 분산 배치한다는 취지에 대해 이해하지만 구체적인 추진 방법에 대해서는 수원시, 도의회와 긴밀히 협의해달라”며 “경기 남부권 도민의 행정서비스 접근권이 제한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기북부의 이재준 고양시장은 이날 “경기도 전체의 상생을 위한 통 큰 결정에 감사하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 시장은 “이번에 이전하는 공공기관은 인원수만 1100여 명에 달하는 만큼 경기 북부에 더욱 실질적인 활력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북부의 오랜 고민인 기업 유치나 소상공인 지원, 개발사업 등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경기북부지역 다른 자치단체장도 일제히 환영 의사를 보였다.

이 지사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이날 오후 소셜미디어에 ‘경기남부지역 행정서비스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염태영 수원시장의 글을 인용해 “경기 동·북부 지역의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남부권이 거꾸로 역차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우려하시는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철회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지사는 “7개 공공기관이 동·북부로 이전한 후에도 경기남부권역에는 수원의 경기아트센터를 비롯한 13개 기관이 존치한다는 점을 감안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기존 운영 중인 경기남부권역의 경우 지점(본부와 센터)은 존치해 남부권 도민의 행정서비스 접근에 불편을 최소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지사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한 희생을 하고 있다면 이에 합당한 보상을 해야한다. 이것이 균형발전을 위한 길”이라며 ‘경기도 공공기관 3차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연구원, 경기도여성가족재단, 경기복지재단, 경기농수산진흥원 등 7개 산하기관이 대상이다. 이들 기관은 모두 수원에 있으며 직원은 약 1100명이다.

이 지사는 이들 기관을 경기 북·동부의 접경지역과 자연보전권역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17개 시·군을 대상으로 공모와 심사를 거쳐 5월까지 기관별 이전 지역을 선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전 후보지역은 고양, 남양주, 의정부, 파주, 양주, 구리, 포천, 동두천, 가평, 연천, 김포, 이천, 양평, 여주, 광주, 안성, 용인이다.

경기도는 이미 2차에 걸쳐 8개 산하기관의 이전계획을 결정해 발표했다. 이에 따라 1·2차를 합치면 북·동부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은 전체 26개 중 15곳으로 늘어났다. 경기도는 2019년 12월 경기관광공사, 경기문화재단,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등 3곳의 공공기관을 2025년까지 고양관광문화단지로 이전하기로 했다. 작년 9월에는 경기교통공사 등 7곳의 주사무소를 양주, 동두천, 양평, 김포, 여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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