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기록관 건립을 추진하다 논란을 불렀던 최재희 대통령기록관장이 국가기록원장으로 발탁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불같이 화를 냈다’던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추진했던 당사자가 승진 채용되자 국가기록원 안팎에선 문 대통령의 내년 5월 퇴임을 즈음해 ‘문재인 대통령기록관'이 어떤 형태로든 재추진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기록관장이 국가기록원장 돼

인사혁신처는 8일 “최재희 대통령기록관장을 국가기록원장으로 발령 통보했다”고 했다. 개방형 공모를 통해 선임된 최재희 원장의 임기는 2024년까지 3년이다. 그가 대통령기록관장으로 남았을 경우 임기는 2023년 3월까지다. 현재 대통령기록관은 국가기록원 산하이고, 국가기록원장(1급상당)이 대통령기록관장(2급 상당)보다 직위가 높다. 다만 다음 달부터는 대통령기록관이 국가기록원 산하에서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분리된다.

최 원장은 이화여대 기록관리교육원 특임교수로 재직하던 2018년 대통령기록관장으로 채용됐다. 그는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때 민주당이 연 좌담회 등에 발제자로 참석해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를 중국 진나라 환관 조고에 비유하며 대통령 연설문 유출 등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 등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원장이 대통령기록관장이 된 이듬해인 2019년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기록관' 설립 예산을 준비해 논란이 됐다. 문 대통령이 퇴임하는 2022년 5월 개관을 목표로 예산 172억원을 들여 문재인 대통령기록관을 설립하려고 2020년 예산안에 부지 매입비 등 32억원을 편성한 것이다. 세종시에 통합대통령기록관이 있는데 별도의 대통령기록관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당시 청와대는 “대통령은 개별 기록관을 원하지 않고 건립을 지시하지도 않았다”며 “대통령이 불같이 화를 내셨다”고 밝혔다. 청와대 조용우 국정기록비서관에게 대통령 개별 기록관 건립을 보고했던 이들은 당시 이소연 국가기록원장과 최재희 대통령기록관장이었다. 당시 국감을 앞두고 청와대는 “조용우 비서관이 대통령기록관 건립에 대해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보고하지 않아 비서실장도 대통령도 몰랐다”고 답해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후임 대통령기록관장은 임기 5년

이번에 최 원장이 국가기록원장이 되면서 공석이 된 대통령기록관장 후임엔 청와대 인사가 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통령 퇴임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과 청와대 등과 관련된 각종 공공 기록물을 관리하는 대통령기록관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란 것이다. 대통령기록관 측은 “후임 기록관장은 새로운 임기 5년을 시작하게 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후임 기록관장은 차기 정부 중반까지 재임할 수 있다.

또 개정된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이 다음 달 시행되면 개별 대통령기록관 설치 권한을 대통령기록관장이 갖게 된다. 이에 후임 기록관장이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재추진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한 대학 교수는 “정부 입장에선 논란을 일으켰던 최 관장을 영전시키고 새로운 대통령기록관장을 채용하면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향후 추진할 때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이전처럼 국가 예산으로 건립하는 방식보다는 기부채납 형태로 추진하는 방안이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최재희 국가기록원장은 “개별 대통령기록관이 지금은 금기어와 다름없어 재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나라도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세워 대통령 고향의 문화 관광 명소가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