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서 헬스장·병원 등 대량 세탁물을 취급하는 A세탁소 사장 강모(55)씨는 요새 전기 요금이 큰 고민거리다. 코로나 이후 주민센터·아파트 단지 등 대형 헬스장들이 영업을 중단해 일감이 뚝 끊겼는데, 비싼 전기 요금 고지서가 계속 날아오기 때문이다. 강씨는 “한창 때는 50㎏짜리와 70㎏짜리 대형 세탁기 2대를 하루 11시간씩 쉴 새 없이 돌렸는데, 지금은 50㎏짜리 한 대를 1시간 돌리면 끝”이라고 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1400만원에 육박했던 매출처럼 전기계량기도 신나게 돌아 월평균 1만kWh(킬로와트시) 정도의 전기를 썼다. 매출이 100만원 정도로 줄어든 요즘 사용량은 600kWh 수준을 맴돈다. 하지만 110만원 정도였던 전기료는 여전히 60만원이 나온다. 강씨는 “전기 기본료가 46만2000원으로 높기 때문”이라며 “월 매출이 100만원인데, 전기를 많이 쓰지도 않으면서 요금을 60만원씩 내려니 억울하다”고 했다.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전기료 부담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방역 당국의 영업제한으로 가게 문을 열지 못해도, 전기료는 꼬박꼬박 나가기 때문이다. 전기료는 쓴 만큼 내는 사용량 기반이지만, 사업이 한창일 때 한전과 약속한 ‘계약 전력’에 따른 기본료가 높기 때문이다. 많은 자영업자는 “계약 전력을 낮추려 해도 요건이 까다로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냥 내고 있다”고 말한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이모(52)씨의 계약전력은 19㎾, 기본료는 월 11만7000원이다. 코로나 여파로 지난해 이씨의 노래방은 5개월 넘게 영업을 못 했지만 전기료는 꼬박꼬박 냈다. 영업이 중단된 작년 12월의 월 전력 사용량은 1년 전 대비 13% 수준으로 급감(4729→630kWh)했다. 하지만 전기료는 61만7000원에서 17만2000원으로 줄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기본 요금을 낮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계약전력을 재조정하면 된다. 하지만 이를 낮추려면 사업장의 세탁기, 에어컨 등 전력 설비를 실제로 줄이고 한국전력의 실사(實査)를 통과해야 한다. 언제 코로나가 종식되고 경기가 회복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함부로 계약전력을 변경하기 어려운 이유다. ‘설비를 실제로 줄여야 한다’는 전제 조건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높은 기본료를 감내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업소 단위가 아니라 지역 단위로 설비를 갖춰 전력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각 업소의 개별 사정을 일일이 따지기 어렵다”며 “전력 설비 조정 없이 계약전력만 조정하게 되면, 나중에 해당 지역에 전입자가 들어오는 등 여러 변수가 발생했을 때 전력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계약전력은 국가 전력 공급 관리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에 그때그때 조정하기는 어렵다”며 “현재 소상공인들의 신청을 받아 3개월간 전기 요금 납부를 유예하고 있고, 그 외 지원 대책은 관련 기관들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기석 한국코인노래연습장 협회장은 “영업이 금지됐을 때도 매장에서 매달 전기료만 20만~30만원이 나갔다”며 “쓴 것을 줄여달라는 게 아니라 고정비 부담이 큰 계약전력만이라도 조정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차남수 연구위원은 “전기료는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부담이 큰 공과금”이라며 “여야 합의를 통한 법 개정이나 대통령 긴급명령 등을 통해 전기료를 즉시 감면해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