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51) 한겨레신문 사회부장이 28일 보직에서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겨레 현장 기자 40여 명이 자사의 법조 기사 논조가 지나치게 친(親) 정부적이라는 취지의 비판 성명을 낸 지 이틀 만이다.

/한겨레신문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부장은 이날 오전 편집국에 사회부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오후까지 보직 사퇴 의사가 수리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장은 사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참으로 송구하다. 부서장으로서 면목이 없다. 불신임을 당한 마당에 부장 업무를 계속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겨레신문 취재기자 40여 명은 지난 26일 내부 이메일을 통해 편집국 국·부장단을 비판하는 2679자(字) 분량의 성명을 냈다. 자사 보도가 “문재인 정권에 유독 관대하게 작성됐다” “무리한 편들기는 오보로 이어졌다”며 친정권 성향 보도로 현장 기자가 무기력을 넘어 열패감을 느낀다는 내용이다.

한겨레 기자들은 성명에서 “성역 없이 비판의 칼날을 세웠던 한겨레는 조국 사태 이후 권력을 검증하고 비판하는 데 점점 무뎌지고 있다”며 “국장단의 어설픈 감싸기와 모호한 판단으로 ‘좋은 저널리즘’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특히 1월 15일자 “김학의 출국금지, 절차 흠결과 실체적 정의 함께 봐야” 제하 사설과, 지난 25일 “윤석열 새 혐의…'양승태 문건'으로 조국 재판부 성향 뒷조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문제로 꼽았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운전 중 폭행을 감싸는 기사를 썼다가 오보 논란이 인 것도 문제 사례로 거론했다.

일선 기자들은 “현재 법조 기사들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쓰여지고 있다. 그에 따른 부끄러움과 책임은 온전히 현장 기자의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데스크에서 구체적인 정황이나 물증 없이 ‘한쪽 편을 드는 기사’를 현장에 요구하며 설명하는 게 소통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장단과 사회부장, 법조팀장이 해당 기사와 사설에 대한 경위를 밝힌 뒤 그에 따른 합당한 책임을 지고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번 성명에는 한겨레신문 사회부원 대다수가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본지는 이 사안 관련해 이 부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한 편집국 평기자는 “오늘 아침 중에 보직 사퇴 의향을 밝혔는데, 법조 기사 비판 성명을 낸 것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이 부장은 1996년 국민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2000년 한겨레신문으로 이직, 사회부 법조팀장과 국제부 국제뉴스팀장, 스포츠부장 등을 거쳐 작년 3월부터 사회부장으로 근무했다.

◇野 “추미애-한겨레 검언유착… 청문회·국정조사 검토”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한겨레신문 현장 기자들의 성명을 거론하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한겨레신문 사이에서 벌어진 ‘검언유착'이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법무부 기관지, 추미애 나팔수라는 비아냥을 듣고 싶지 않다던 일선 기자들의 용기에 비로소 추미애 검언 유착의 꺼풀들이 벗겨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취재 기자들의 고백을 보면 한겨레신문이 과연 제대로 된 언론인지, 검언 유착의 검은 실체를 가진 언론인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용구 법무부 차관 관련) 거짓 자료를 건넨 ‘추 라인 검사’ 이종근 검사장은 스스로 책임을 지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한겨레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언론에 ‘추 라인 검언유착’이 작용했는지, 김학의·이용구 보도뿐 아니라 더 많은 보도에서 정치적 편향성이 작용해왔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검언 유착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