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작년 11월 6일 택시 기사를 폭행한 이후 기사에게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지워 달라고 요구한 것을 두고 검찰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상 폭행’과 함께 ‘증거인멸·은닉 교사’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25일 전해졌다.
택시 기사 A씨는 전날 본지 인터뷰에서 “(폭행 이틀 뒤인 8일) 이 차관이 집 앞으로 찾아와 합의금을 주고 영상을 지워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이 차관이) 폭행당한 당사자에게 핵심 증거를 인멸해달라고 교사했고, 실제 영상이 지워진 것인 만큼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날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는 이 차관을 증거인멸·은닉 교사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검찰은 최근 택시 기사 A씨로부터 당시 변속기를 ‘P’(주차 상태)가 아닌 ‘D’(운행 상태)에 놓은 채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해 이 차관에 대한 특가법 적용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차관은 이날 오전 ‘당시 택시가 운행 중이 아니었다고 확신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렇게 (언론 등에) 나오는 것 같은데, 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이 차관의 음주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복원한 서울 성동구 소재 블랙박스 업체 관계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앞서 지난 12일에도 검찰은 이 업체를 찾아 업체 관계자가 당시 사건을 맡았던 경찰 수사관과 나눴던 대화 내용 등을 조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경찰은 ‘운행 중 폭행’을 입증할 택시 블랙박스 영상 등이 없어 이 차관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았고, 이후 A씨가 ‘처벌 불원서’를 냈다는 이유로 이 차관을 입건도 하지 않고 내사종결 처리했다. 그러나 검찰은 최근 A씨로부터 담당 경찰 수사관(대기 발령)이 이 차관 폭행 영상을 확인하고도 ‘그냥 못 본 걸로 할게요’라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내사 결과 보고서에서도 블랙박스에 대한 언급이 없었고, 경찰은 논란 초기 “폭행 장면을 담은 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었다.
검찰은 해당 수사관을 조만간 소환해 이 차관이 법무부 법무실장 등을 지냈던 이력을 알고 있었는지, 경찰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폭행 영상을 보고도 이를 모른 척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해당 경찰관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