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지난 11월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코로나 확산 과정에서 방역당국의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90) 총회장이 감염병예방관리법 위반 혐의는 전부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방역당국이 감염 여부와 관계 없이 모든 시설·교인 명단을 요구한 것은 역학조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혀 방역을 앞세운 행정기관의 과도한 권한 행사에 제동을 걸었다.

수원지법 형사11부(김미경 부장판사)는 13일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특정경제범죄처벌법(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 내용 가운데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는 전부 무죄, 횡령 혐의는 전부 유죄로 각각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신천지 간부들과 공모해 작년 2월 방역당국에 신도 명단과 집회 장소를 축소 보고한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라고 밝혔다. 검찰은 신천지가 중앙방역대책본부의 공문을 받고 시설 750개가 누락된 공문을 제출하고, 교인 약 21만명의 명단을 제출하면서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법령이 규정한 역학조사는 감염병환자의 인적사항, 발병장소, 감염원인과 경로 등에 대해 면접이나 검체 채취 등을 하는 것을 말하나, 방대본은 모든 시설과 교인 명단을 요구해 역학조사의 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피고인 앞으로 보낸 공문이 설문·면접조사에 해당하지도 않아 역학조사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방대본의 자료 제출 요구는 역학조사가 아니고 준비단계로 자료 수집에 해당하며, 자료 수집은 정보제공 요청에 따라 제공받을 수 있어 역학조사 규정을 무리해 확대해석할 필요성도 없다”며 “당시 법령은 정보제공 요청 거부에 대해서는 처벌규정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이씨가 선교센터 등을 제외하고 제출하도록 지시해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혐의도 “역학조사를 위한 정보제공 요청에 해당하지 않고 자발적인 협조이기 때문에 거부해도 처벌하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또 당시 방대본의 공문에 제출해야 할 시설의 종류나 기준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아 일부를 누락해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당시 경기도지사가 폐쇄 처분을 내린 가평 신천지박물관 부지를 이씨가 위반해 출입한 혐의에 대해서도 “폐쇄 대상은 감염병 환자가 있거나 병원체에 오염된 장소여야 하는데 박물관 부지가 해당한다는 증거가 없어 폐쇄 조치의 적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신천지 연수원인 평화의 궁전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50억여원의 교회 자금을 가져다 쓰는 등 56억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또 자치단체 소유 시설 등에서 신천지 행사를 하면서 허위로 사용허가를 얻어 진행한 혐의는 4건 가운데 1건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교인들의 정성과 믿음을 저버리고 개인적 용도로 사용해 죄책이 가볍지 않으나, 집행유예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피해액을 변제하거나 부동산 지분을 이전하는 등 피해가 회복된 것으로 보이는 점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8월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뒤 11월 보석 허가로 풀려난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이날도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나온 이씨는 재판이 끝난뒤 곧바로 법정을 빠져나갔다. 이씨의 변호인은 “감염병예방법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판단을 환영하나, 횡령 등 유죄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이라며 “항소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다시 한번 공정한 법의 심판을 받고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