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아침 서울 곳곳의 오르막길에서 전날 내린 폭설에 갇힌 운전자들이 차량을 밀고 있다/뉴시스

7일 서울과 수도권 지역 출근길은 전날 저녁부터 내린 기록적인 폭설로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쌓인 눈이 얼어붙어 미끄러워진 노면 탓에 도로 곳곳에선 정체 현상이 나타났고,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도 수십 분씩 연착됐다. 일부 공무원들이 제설 작업에 동원됐지만, 작업이 늦어지면서 시민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에는 전날 오후 7시쯤부터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해 오후 9시 기준 3.8cm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과천 11.6cm, 하남 9.0cm 등 경기 지역에도 많은 눈이 내렸다. 특히 서울은 7일 아침 기온이 영하 15도를 기록한 데다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간밤에 내린 눈이 그대로 얼어 도로 곳곳이 결빙됐다.

7일 오전 서울 사당역 인근 도로가 밤사이 내린 눈으로 차량정체를 빚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아침 서울 광진구에서 출근길에 나선 여태구(31)씨는 “지옥같은 하루”라며 “집 근처로 출근하면서 잠깐 기름만 넣었을 뿐인데 꽉 막힌 도로 때문에 1시간 반이나 걸렸다”고 했다. 강동구에 거주하는 박병진(29)씨는 “평소 출근길로 10km를 운전해 가는데 2시간 넘게 걸렸다”며 “빙판길에 몇번이나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뻔 했다”고 말했다. 분당서 수원으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모씨는 “어제 퇴근길도 지옥이었는데, 아침 출근길도 3시간 넘게 버스에 갇혀 있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와 서울 간 환승 차량 수백 대가 모여드는 동작구 사당역 버스정류장도 오전 출근 시간대 교통이 몇 시간 마비되며 아수라장이 됐다. 시민 나모(30)씨는 “올 때가 다 된 버스가 수십분째 안 온다”며 “평소엔 자가용을 타고 출퇴근하는데 폭설 때문에 시외버스를 타려고 나왔지만 이마저도 늦어서 걱정”이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같은 정류장에서 만나 시민 박모(28)씨는 평소보다 1시간 20분 일찍 나왔는데도 정시에 버스를 타는 데 실패했다고 했다. 그는 “원래 배차 간격 8분짜리 버스를 25분째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광진구의 한 학교에서 공익근무 중인 최모(22)씨는 평소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가 밤새 이어진 한파로 엔진이 얼어붙는 바람에 출근이 20분 늦었다고 했다. 최씨는 “추운 날씨로 오토바이 시동이 걸리지 않아 20분 동안 지체됐다”면서 “출근길에도 도로가 많이 얼어 있어 평소 10분 걸리던 길이 20분도 넘게 걸렸다. 그나마 사고가 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대중교통도 마비됐다. 서울 지하철 4호선은 이날 오전 7시 48분쯤 동대문역을 지나던 당고개행 열차가 고장 나 운행이 잠시 중단돼 오전 8시 17분까지 30분 간 시민들이 전철에 갇혔다. 소셜미디어엔 “4호선 출근 중인데, 지연 운행해서 발 묶였다”, “평소 35분이면 될 거리를 2시간만에 내렸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전국적으로 폭설을 동반한 강력한 한파가 이어진 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망포역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일부 공무원들은 제설 작업에 동원됐다. 종로구 서울공예박물관 직원 30여 명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인근 도로 제설 작업에 동원됐다. 총무과장 김득한(50)씨는 “이 일대는 유동 인구가 많은 길이라 시민들이 다칠 것을 우려해 전 직원이 제설 작업에 총동원됐다”고 했다.

자영업자들도 장사를 위해 아침 일찍부터 제설 작업에 나섰지만 강추위에 길이 꽁꽁 얼어 애를 먹었다. 신당역 인근에서 자동차 공업사를 운영하는 A씨는 ”몇 년간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린 적 없다. 무방비로 있다가 당했다”며 “본격적으로 영업하기 전에 어떻게든 쓸어놔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최강 한파에 폭설이 겹친 7일 오전 출근길, 대전 서구 큰마을네거리 횡단보도를 시민들이 힘겹게 건너고 있다. /신현종

전날 밤에도 갑작스럽게 내린 큰 눈으로 퇴근길은 ‘지옥길’이 됐다. 서울 서초구 교대역 인근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 8㎞를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마모(28)씨는 6일 저녁 6시 30분에 퇴근을 시작했지만, 극심한 차량 정체로 밤 10시가 다 되도록 절반도 가지 못했다. 결국 그는 차를 돌려 회사 근처 교회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킨 뒤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퇴근했다. 퇴근길에 나선 지 5시간 반만인 12시에야 집에 도착한 그는 “지자체에서 날씨 예보를 알면 미리 재난 문자를 보내고 대비했어야 하는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예 퇴근을 포기하고 모텔이나 호텔에서 밤을 보낸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호텔 관계자는 “집에 가는 걸 단념하고 혼자 투숙한 직장인들이 몰려들면서 밤 10시쯤 호텔이 만실이 됐다. 새벽 3시까지 ‘빈 방 있냐'는 전화를 100통은 받은 것 같다”고 했다.

<YONHAP PHOTO-2972> 험난한 출근길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밤사이 많은 눈이 내린 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로 중소기업지원센터 삼거리 부근이 정체되고 있다. 2021.1.7 xanadu@yna.co.kr/2021-01-07 09:34:43/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