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말 저녁인데도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를 부르면 1분도 안 돼 잡히는 경우가 많다. 도로변에 줄지어 서 있는 택시를 잡아타면 “아이고, 2시간 만에 모시는 손님이네요”라고 인사하는 기사들이 종종 있다. 연말 저녁 시간대 택시를 잡으려면 ‘더블’을 외치기 일쑤였고 콜을 해도 1시간 이상 연결되지 않던 일은 아예 사라졌다.
25일 서울 강동구에서 만난 개인택시 기사 김재덕(66)씨는 “올해로 21년째 택시를 모는데, 하루 15만원씩은 벌던 게 요즘은 10만원도 힘들다”며 “저녁 9시만 되면 거리가 깜깜해져서 어제도 크리스마스이브인데 밤 10시에 집에 들어갔다”고 했다.
24일 찾은 서울 관악구 삼이택시 차고에는 70여 대의 택시가 멈춰 서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택시가 총 119대인데 최근 일주일간 운행 나간 차량은 34대뿐”이라며 “대당 월 40만원씩 들어가는 보험료라도 아끼려고 최근 25대의 번호판을 말소했다”고 했다.
택시 업계엔 줄퇴사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양천구의 삼기통산은 작년 12월 91명이던 기사 수가 1년 만에 31명으로 70%가량 줄었다. 서울 도봉구의 한 택시회사 관계자는 “오늘 택시 100여 대 중 45대만 차고지를 떠났는데, 이 중 하루 사납금 15만원을 채워 오는 기사가 30%밖에 안 된다”고 했다. 나머지는 사비로 채워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하러 나오라’는 회사와 ‘그냥 쉬겠다’는 기사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진다. 박복규 법인택시연합회장은 “코로나가 심하다 보니 고령인 택시기사들이 ‘몸이 안 좋다’고 해버리면, 일하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작년 12월 10만2320명이던 법인택시 기사 수는 올 8월 8만8810명으로 줄었다.
택시업계의 운명을 가른 것은 ‘코로나 셧다운’이다. 저녁이 되면 식당, 술집이 문 닫고 송년회·동창회·직장 회식 같은 모임들 역시 사라졌기 때문이다. 개인택시 기사 김모(67)씨는 “회식이라도 해야 상사들이 택시비 하라고 부하 직원들에게 돈도 쥐여주고, 택시도 잡아주고 하는데 지금은 그런 게 싹 사라졌다”고 했다. 개인택시를 모는 강모(70)씨는 “요즘 기사들끼리 모이면 택시기사 때린 이용구 법무차관 얘기 많이 한다”며 “이젠 승차 거부도 안 되고, 취객조차 아쉬운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