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도 침투했다. 2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영국 런던에서 거주하다 지난 22일 입국한 한국인 일가족 4명이 확진됐고 이 가운데 3명이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방대본에 따르면 일가족은 30~40대 부부와 미성년자 자녀 2명으로, 이 중 부모 1명과 자녀 2명이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이 가족은 22일 인천공항 선별진료소에서 진단검사를 받고 격리 시설에서 대기하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당시 격리 중이어서 지역사회 접촉은 없었고 현재 발열 등 일부 증상이 있다”고 했다. 현재까지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최소 23국이다. 국내에 이미 변이 바이러스가 퍼졌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56~70% 이상 크다는 초기 연구 결과를 근거로 “확진자가 폭증해 의료 체계 마비, 사망자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본부장도 “국내에 유입되면 영국처럼 바이러스 전파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어 국내 유입을 막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은경 “변이 바이러스, 기내서 전파됐을 수도”… 접촉자 추가 조사

영국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국내에서도 발견되면서 “이미 광범위하게 전파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역 당국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일가족이 탑승했던 여객기 안에서 전파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접촉자 추적 등 역학 조사에 착수했다. 엄중식 가천대 교수는 “새로운 감염병의 변이가 확인됐을 때 이미 국경을 넘어 전파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英변이 막아라" 비상걸린 인천공항 - 2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인천공항 운영서비스의 환경미화 직원들이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영국에서 거주하다 지난 22일 입국한 한국인 일가족 4명이 확진됐고, 이 중 3명이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장련성 기자

◇방역 당국 “기내 전파 가능성”

28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일가족은 입국 당시 양성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기내에서 전염력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접촉자에 대해 추가 조사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감염자들은 발열 등 일부 증상도 나타난 상태다. 이날 오후 방대본은 “해당 항공 편에는 승무원 12명, 승객 62명 등 총 74명이 탑승했으며 승무원 12명은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승객들은 모두 해외 입국자라 자가 격리와 함께 입국 3일 내 진단검사를 받기 때문에 방역망 내에서 통제된다는 게 방역 당국의 설명이다. 정 본부장은 “일가족이 공항에서 검사를 받고 바로 격리 시설로 이동했기 때문에 지역사회 노출 가능성은 최소화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정부는 23일부터 영국발 항공 편 운항을 연말까지 잠정 중단했다. 하지만 지난 27일까지 경유 입국으로 영국발 입국자들이 계속 들어왔고, 이 중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국은 이들을 포함해 지난 10월 이후 영국발 입국자 16명에 대한 변이 바이러스 감염 여부도 조사 중이다.

변이 바이러스가 지난 9~10월쯤 발생했기 때문에 국내에 이미 유입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3일 영국에서 입국해 자가 격리 중 지난 26일 사망한 경기도 80대 주민이 사후 확진 판정을 받았고 유가족 3명이 추가 확진되는 변이 바이러스 감염 의심 사례도 나왔다. 이날 온라인상에서는 사망한 80대 주민이 격리 기간에 거주 건물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했고, 복도에서 쓰러져 옆에 있던 이웃이 부축하는 등 접촉이 있었다는 목격담이 퍼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방대본은 “격리됐던 분이 자가 격리를 이탈했다는 보고는 아직 받은 바가 없다”며 “(목격담 등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발 항공편 중단 일주일 연장

정부는 이날 급히 추가 대책을 내놨다. 올 연말까지 예정됐던 영국발 항공 편 운항 중단을 다음 달 7일까지 1주일 더 연장하기로 했다. 또 경유 입국하는 영국·남아공발 입국자는 내·외국인 모두 PCR 진단검사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입국을 허용하고, 공무·외교·인도적 사유 이외의 신규 비자 발급도 장점 중단하기로 했다.

앞으로 모든 해외 입국자는 2주 격리 후 해제 시 진단검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변이 바이러스가 20여 국에 퍼진 만큼 격리 해제 전 검사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를 찾겠다는 것이다. 정 본부장은 “지난 3월부터 해외 입국자 중 일부를 표본으로 해서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알 수 있는 ‘전장유전체 분석’을 주기적으로 해왔다”며 “해외 입국자 중 격리 해제 전 확진될 경우 가능하면 유전체 분석을 해서 변이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국인 신규 입국은 막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일본처럼 외국인 신규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을 수 있지만, 지금 조치가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좀 더 강화된 조치를 추가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손영래 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내국인이 입국하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는 “내국인 입국은 막을 수 없지만, 외국인 입국은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1.7배 강한 바이러스가 국내에 퍼지면 현재 검사(Test)-추적(Trace)-치료·격리(Treat)로 이루어진 ‘3T’ 방역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며 “새로운 바이러스로 보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