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 맛 업소용(5L) 아이스크림 5000원에 팝니다.” “카페에서 쓰던 물컵 개당 500원에 팔아요. 조각 케이크 담는 상자 10개 2500원, 13온스 종이컵 15개 500원, 플라스틱 컵 반투명 뚜껑 100개 2000원입니다.”

요즘 당근마켓엔 ‘코로나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한 푼이라도 더 건지려고 남은 식재료와 컵 등 일회용품과 가게를 꾸몄던 자잘한 소품들까지 올리고 있다.

16일 국내 최대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 자영업자들이 가게를 정리하며 올린 물건들이다. 당근마켓은 판매자가 물건 사진과 가격을 올리면, GPS 위치 기반으로 이웃에 사는 사람들에게 노출돼 거래를 중개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다. 요즘 이곳엔 ‘코로나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한 푼이라도 더 건지려고 남은 식재료와 컵 등 일회용품과 가게를 꾸몄던 자잘한 소품들까지 올리고 있다.

16일 오후 1시쯤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 사장 이모(37)씨는 가게에 걸려 있던 노란색 원형 거울을 당근마켓을 통해 팔았다. 가로세로 50㎝인 거울 값으로 받은 돈은 5000원 지폐 한 장. 이씨는 지난 10월 말부터 가게에 있는 물건을 하나씩 당근마켓에 올리기 시작했다. 머그컵 10개는 5000원, 바리스타들이 쓰던 앞치마는 8000원, 진동벨은 8만5000원에 팔았다. 2년 전부터 직원을 쓰지 않고 혼자 카페를 운영한 이씨는 직원들이 이용하던 출퇴근 기록기도 4만5000원에 팔았다.

이씨는 “코로나 이후 매출이 80~90% 줄었다”며 “다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중고 거래로 근근이 버텨봤지만 이젠 완전히 한계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오늘은 음료 한 잔도 못 팔았다”며 “이번 주를 끝으로 6년간 운영해온 카페의 문을 닫는다”고 했다.

소품을 팔아 ‘푼돈’이라도 남겨보려는 자영업자는 이씨만이 아니다. 16일 이 앱에 들어가 ‘업소용’이라는 단어로 검색해봤다. 커피머신·냉장고·그라인더 등 카페용 가전, 깔끔한 의자와 테이블, 일회용 수저와 종이컵 등 식당 집기가 죽 떠올랐다. 마포구 망원동에서 카페를 정리했다는 판매자는 플라스틱 물컵을 개당 500원, 얼그레이·카모마일 티백 20개는 1만원, 소스를 담는 병은 1000원에 팔고 있었다. 영등포구에서 4개월간 운영하던 카페를 접는다는 다른 판매자는 “인테리어용으로 과일을 담아 두면 예쁘다”며 가게에서 쓰던 철제 바구니 4개를 1만원에 내놓았다.

이 카페 주인은 “요즘 폐업하는 가게들이 얼마나 많은지 폐업 처리 업체에 맡기면 아예 수거를 거부하거나 고철 값만 주는 경우가 많다”며 “적은 돈이라도 벌기 위해 중고 거래에 나섰다”고 했다. 소상공인 커뮤니티인 네이버 인터넷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지난달 12일 “코로나 때문에 식당을 폐업하는데, 폐업 처리 업체에 팔면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느냐”는 글이 올라오자 “‘값' 받는다. 연식 오래된 집기는 도리어 수거비를 달라고도 한다. 상처에 고추장 바르는 격”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일당 번다는 생각으로 당근마켓에 일일이 판매하는 게 낫다”는 댓글이 달렸다.

올해 자영업자가 겪는 고통은 통계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카드 결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를 2.5단계로 올린 서울 지역 소상공인 사업장 평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62%에 불과했다. 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공공 데이터 포털’에 올린 전국 17시·도의 상가·상권 정보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에만 전국에서 10만3943개 상가 점포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1142개꼴로 자영업자 점포가 사라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