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6일 사의 표명 보도가 나온 직후 페이스북에 정호승 시인의 시 ‘산산조각'을 올리며 “산산조각 나더라도 공명정대한 세상을 향한 꿈이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열리던 전날 오후엔 독립 운동가이자 저항 시인이었던 이육사의 시 ‘절정'을 언급하며 우회적으로 심경을 표현했다.
추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이란 제목의 시를 올리면서 “모든 것을 바친다고 했는데도 아직도 조각으로 남아 있다”며 “조각도 온전함과 일체로 여전히 함께 하고 있다”고 썼다. 윤 총장의 징계가 결정된 이후 사의를 표명한 추 장관이 자신이 ‘검찰 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심경을 표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 장관은 “하얗게 밤을 지낸 국민 여러분께 바친다”며 “사랑한다. 존경한다”고 했다.
추 장관은 전날 오후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매서운 겨울 바람이다. 낙엽 진 은행나무는 벌써 새봄에 싹 틔울 때를 대비해 단단히 겨울나기를 하겠다는 각오”라며 “그저 맺어지는 열매는 없기에 연년세세 배운 대로 칼바람 속에 우뚝 나란히 버티고 서서 나목의 결기를 드러내 보인다”고 했다.
이어 “이육사의 외침!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보다”라며 “꺾일 수 없는 단단함으로 이겨내고 단련되어야만 그대들의 봄은 한나절 볕에 꺼지는 아지랭이가 아니라 늘 머물 수 있는 강철 무지개로 나타날 것”이라고 썼다.
그가 언급한 이육사 시인의 시는 ‘절정’이다. 일제강점기인 1940년에 발표됐다. 이 시에는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디딜 곳조차 없다”는 구절이 있는데 고통스러운 현실을 표현한 것이라는 평가다. 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라는 구절은 극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해석이 많다.
앞서 추 장관은 이날 오후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윤 총장 정직 2개월 징계안을 문 대통령에게 제청한 자리에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다면 공수처와 수사권 개혁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시대가 부여한 임무를 충실히 완수해준 것에 대해 특별히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추 장관 본인의 사의 표명과 거취 결단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 숙고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마지막까지 맡은 소임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