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 전에 머리부터 잘라라.”
이미 ‘코로나 셧다운’을 경험한 미국·유럽 거주자들의 공통적인 조언이다. 이발소·미용실이 수개월씩 문을 닫으면서 덥수룩하고, 염색물이 반쯤 빠진 머리로 다니는 사람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발령을 앞두고, 한국에서도 이 같은 ‘미용 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단계가 되면 이발소·미용실의 영업이 일제히 중단되기 때문이다. 올 초 코로나가 확산된 지 11개월 만에 미용실이 처음으로 문을 닫게 되는 것이다. 2.5단계에선 ‘오후 9시 이후 운영 중단’과 ‘8㎡당 1명으로 인원 제한 혹은 두 칸 자리 띄우기’ 조치를 적용받아 왔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 이·미용 영업장은 11월 말 기준 14만8000여 곳이다. 3단계 상향 조짐에, 수도권 일부 미용실은 14일 “소독·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으니 3단계 이전에 미용실을 찾아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고객에게 보내며 ‘영업 중단’에 대비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천모씨는 “3단계로 영업정지 되면 같이 일하는 디자이너들은 무급(無給)으로 쉬지만, 나는 무급에 임대료·세금까지 완전히 마이너스가 될 처지”라며 “방역상 필요성은 이해하지만 과연 이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 걱정”이라고 했다.
‘이발’은 단순히 머리를 자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미국에선 국회의원·시장 등 유력 정치인들이 몰래 머리를 손질했다가 ‘시민은 장발이 되고 있는데 혼자 머리를 자르냐’며 역풍(逆風)을 맞았다. 여타 업종의 영업 중단과 달리 사람들의 용모가 눈에 띄게 덥수룩해지며 ‘코로나 셧다운’을 시각적으로 느끼게 하는 효과도 있다. 이 때문에 ‘DIY(Do It Yourself·셀프) 이발’이 대세가 되며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몰에선 전동 이발기, 염색약 주문이 폭증했다. 심지어 미용사들이 화상 회의 프로그램으로 이발을 코치하는 ‘원격 이발’까지 등장했다. 장기 영업 중단을 못 견딘 미국의 영세 이·미용업자들은 시청 앞에서 ‘이발 시위’를 벌이고, 법원의 영업정지 명령문을 찢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정부 항의 시위의 선봉에 서기도 했다.
14일 회원수 60만의 국내 자영업자 온라인 카페에는 “직업 특성상 마스크를 벗지 않아 식당보다 더 안전할 수 있는 만큼, 제한적으로 운영을 허용해달라” “오전 10시에 문 열어 하루 종일 손님 한 명뿐인데, 이럴 바엔 확실히 3단계로 가는 게 낫다” “손님들이 2~2.5단계 지역으로 ‘원정 이발'을 갈 것 같아 걱정이다” 등 다양한 의견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