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 급증으로 병상이 부족해진 서울시는 ‘컨테이너 병동'을 도입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컨테이너 병동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기본적인 방역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지난 봄 중앙아시아에서 발생했던 ’컨테이너발(發) 집단감염'이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시는 지난 7일부터 중랑구 서울의료원 본관 옆 공터에 임시 컨테이너 병동 16개를 만드는 공사에 착수했다. 1개 동(棟)마다 코로나 경증·중경증 환자 3명씩을 머물게 하겠다는 것이다. 오는 20일까지 서울 시내에 이런 컨테이너 임시 병상을 150개 만들 계획이다.
본지는 10일 감염병 전문가들과 함께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 건축설계 가이드라인’(매뉴얼)을 기준으로 컨테이너 병동을 점검해봤다.
내부 설계부터 실격이었다. 정부 매뉴얼은 병실 면적을 ’15㎡ 이상'으로 규정한다. 확진자에게서 의료진 감염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공간을 이 정도로 설정한 것이다. 하지만 본지가 실측한 결과 컨테이너 병실 면적은 약 1평(3.3㎡)이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진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운 면적”이라고 했다.
매뉴얼은 병동 출입문 폭을 ‘최소 1.2m’로 규정한다. 침대에 누운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서다. 컨테이너 병실 출입문 폭은 0.9m 정도였다. 또 정부 지침상 병동은 ‘센서가 달린 자동문'을 설치해야 한다. 접촉에 의한 감염을 막기 위해서다. 컨테이너 병동 내 출입문은 모두 손잡이 문이었다.
특히 전문가들은 컨테이너 병동 내 ’공용 화장실'을 위험 장소로 지목했다. 무증상 환자를 수용하는 생활치료센터에도 기본으로 갖춘 ‘개인용 화장실'이 컨테이너 병동에는 없다. 컨테이너 공용 화장실은 1개 동에 2곳 설치된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확진자들이 공용 화장실을 함께 쓰는 과정에서 완치된 환자가 재감염될 수도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동선을 겹치지 않게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컨테이너발 집단 감염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 3월 우즈베키스탄은 병상 2만 개가 넘는 컨테이너 병동을 설치했다가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나 곤욕을 치렀다. 당시 코로나 자문단 자격으로 현장에 있었던 최재욱 교수는 “컨테이너 병동에서는 의료진 외에도 음식을 가져다 주는 사람 등이 드나들며 바이러스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컨테이너를 대신할 대안도 제시했다. 김우주 교수는 “거리 두기에 따라 현재 서울 시내 곳곳에는 체육관, 대강당이 비어있다”며 “컨테이너 병동을 만들 시간과 노력이면, 체육관 등에 칸막이를 설치하고 음압 시설을 갖추는 편이 방역 측면에서 훨씬 바람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