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박원순 성폭력 사건 대응 관련 서울시 공개 질의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bjko@newsis.com

서울시가 시장이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일으켰을 때는 즉각 경찰이나 국가인권위원회 등 외부 기관에 조사를 맡기기로 했다. 또 사건이 접수되면 시장을 직무배제 하는 요건이나 절차가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논란의 시장실 안 수면실도 없애기로 했다.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는 10일 이 같은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7월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불거졌을 때 시청의 성범죄 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자가 시청 내부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자, 서울시는 8월 대책위를 만들었다.

대책위는 이날 자치단체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사건은 별도의 외부절차를 통해 조사·처리하는 것을 제도화한다고 밝혔다. 사건을 인지하는 즉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여성가족부의 ‘기관장 사건 전담 신고창구’에 통지하면 사건 내용에 따라 경찰이 수사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다는 것이다. 또 자치단체장의 사건이 신고·접수되면 시장을 직무에서 배제하는 요건과 절차가 법적으로 마련 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에 건의하도록 했다.

시장 비서실의 기능과 구조도 개선하기로 했다. 시장 비서실 직원도 일반 직원과 동일하게 희망 전보 절차를 통해 선발하고, 성평등한 기준에 따라 인력을 배치하고 업무를 맡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대책위는 “시장실 방문객 응대 및 집무 환경 조성 업무는 암묵적으로 젊은 여성 직원이 하는 것으로 정형화 됐다”면서 “시장실 내 설치된 수면실은 불필요한 서비스 노동을 제공하게 하는 근무환경을 조장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장실 내 수면실을 없애고 비서 업무도 업무지침을 만들어 공적 업무 분야를 명확하게 하기로 했다.

또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과 관련해서도 여성가족정책실 여성권익담당관으로 사건처리를 일원화한다. 그전에는 상담·신고·조사·징계를 4개 부서(여성권익담당관·인권담당관·조사담당관·인사과)가 각각 맡는 바람에 최종 징계가 나오기 까지 8~12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처리 일원화로 소요 시간을 3~4개월로 줄인다는 것이다.

시청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시청 공무원이 조사하는 것이 ‘내식구 감싸기’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대책위는 “‘내부=은폐, 외부=공정'이라는 공식은 부적절하며 사건 발생 시 서울시가 직접 책임지고 공정하게 처리하는 것이 성희롱 없는 직장 환경 조성에 바람직하다”고 했다.

또 수사기관에 신고된 사건도 피해자가 원할 경우 내부 사건처리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수사가 장기화할 경우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하기 어렵고 형법상 무죄라도 성희롱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서울시는 5급 이하 직원들이 참여하는 ‘서울시 성평등문화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성차별적 조직문화의 문제점을 논의하고, 시장단 및 3급 이상 고위관리자는 맞춤형 특별 교육을 받게할 계획이다. 향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박원순 전 시장 사건과 관련한 직권조사 결과가 나오면 인권위 권고사항도 추가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