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태극기 태우는 세월호 집회 참가자 김모씨/채널A 캡쳐

2015년 4월 18일,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20대 남성 김모씨는 서울 광화문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중 손에 들고 있던 태극기에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태극기는 절반 이상 타들어 갔다. 김씨는 또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차로를 점거해 교통을 방해하고 차벽용 경찰 버스에 밧줄을 걸어 잡아당겨 이를 손상시키기도 했다.

한 시민단체는 “태극기를 불에 태운 남성을 처벌해달라”고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형법 105조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제거한 사람’에게 5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인정된다며 그해 10월 김씨를 재판에 넘겼다.

재판의 쟁점은 김씨에게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있었는지를 따지는 일이었다. 김씨는 경찰이 집회 현장을 과잉진압한다고 생각했고 이에 항의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태극기를 불태웠을 뿐이라며, 국가나 국기를 모욕할 목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처벌 사례도 찾기 쉽지 않았다. 2011년 검찰은 한명숙 전 총리가 태극기를 밟은 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서 헌화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자 한 전 총리에게 국기 모독죄를 적용할지 검토했지만, 결국 “모독 의도가 없었다”며 각하(却下) 처분하기도 했다

1·2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국기 모독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김씨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공용물건손상 등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날 이 판결을 확정했다.

김씨는 2016년 3월 헌재에 형법 105조에 대한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김씨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 부분은 불명확하고 예측할 수 없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올해 1월 재판관 4(합헌):2(일부위헌):3(위헌)의 의견으로 해당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모욕'의 의미는 국가에 대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국가의 권위와 체면을 지키고 국민의 존중 감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기 훼손 행위를 형벌로 제재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