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균 전 총경

이른바 ‘화성연쇄살인사건’(이춘재 연쇄 살인사건·1986~1991년) 당시 현장 수사에 참여했으며,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2003년)에서 범인을 쫒는 박두만 형사(송강호 역)의 모델로 알려진 하승균(74) 전 총경이 12일 별세했다. 그는 윤성여(53)씨의 억울한 옥살이를 초래한 8차 사건의 강압수사에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씨는 화성사건 당시 수원경찰서 형사계장(경위)으로 수사본부 가운데 1개 팀을 맡아 투입돼 4차부터 9차 사건(1990년) 때까지 참여했다. 특히 2003년에는 당시의 경험과 기록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집 ‘화성은 끝나지 않았다’를 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화성 사건이나 연쇄 살인사건이 부각될 때마다 각종 매체에 단골로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가 현직에 있을 때 화성 사건의 공소시효는 끝나고 범인도 검거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스스로 “실패한 형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에 DNA 분석에서 꼬리를 밟힌 이춘재(57)가 진범이라고 자백하면서 약 30년만에 화성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다. 당시 하씨는 본지 인터뷰에서 “범인 못 잡은 패배자란 자괴감은 좀 덜었지만 좋지만은 않다”면서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분해 잠을 제대로 못 잤다”라고 했다.

특히 경찰의 이춘재 사건 재수사 과정에서 당시 범인을 놓친 경찰의 무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하씨도 눈총을 받았다. 다만 그는 가혹행위와 허위자백 의혹이 제기된 8차 사건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씨의 검거와 조사는 화성경찰서 소속 형사들이 전담했다.

1971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하씨는 일선 경찰서 형사·형사반장·형사계장·형사과장, 경기경찰청 강력주임·강력계장을 두루 거친 전형적인 강력통 형사였다. 과천 아파트 부부 토막살인 사건, 광주 여대생 공기총 살인사건, 양평 휴양림 일가족 살해사건, 포천농협 총기강도사건 등 각종 강력 사건을 맡아 해결했다.

하씨는 임실경찰서장을 지냈으며 화성 마지막 10차 사건의 공소시효(2006년 4월 2일)를 앞둔 같은해 2월 명예퇴직했다. 그는 당시 후배들 앞에서 고별강연을 하면서 "30년 동안의 외근형사 생활은 나름대로 성공적이었고 보람됐다”면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고 형사 생활을 접게 된 것이 큰 고통이자 아픔”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씨는 퇴직 이후 경기도 재향경우회장도 지냈다. 빈소는 아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 32호실이며 발인은 15일 오전 7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