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비방하는 인터넷 글을 선거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삭제 요청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 커뮤니티 사이트 이용자는 지난 4월 4일 당시 총선 의석수를 예상하는 게시물에 ‘대X문 달X님 올해 SK와이번스 6등하고 포시 광탈할것 같음’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대X문’ ‘달X’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 모임인 ‘달빛기사단’을 속되게 부르는 인터넷 은어다. 6달 뒤인 지난 27일 이 댓글이 삭제됐다는 통보를 사이트 운영진으로부터 받았다. 운영진은 쪽지를 통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유저님이 작성하신 특정 글링크를 찝어서 삭제 요청한 것”이라고 알렸다.
이 이용자는 이날 게시물을 올려 “절대 위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잘못한 건가”라며 “선관위가 ‘대X문’ ‘달X’ 이라는 단어를 보고 삭제한 거라면 그것 대로 편향된거 아닌가”라고 썼다. “자동으로 광역댓글 감시 및 삭제하는 공안국가” “선거 기간엔 대통령을 비방하면 안되나 보다” 등 댓글이 달렸다.
대전 선관위 관계자는 삭제 요청 이유에 대해 “달X이라는 단어가 특정 성별을 비하하는 단어이고,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에 대한 비방은 정당에 대한 비방으로, 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어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 등 야당 후보자에 대한 비방도 삭제 요청 대상”이라며 편향된 기준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달이 돼서야 댓글이 삭제된 이유에 대해서는 “총선 전에 요청을 보낸 것인데, 삭제됐는지 제때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대전광역시 선관위가 운영진에게 삭제를 요청하며 근거로 내세운 법조항은 ‘공직선거법 제82조의4 제3항’이다. “선거관리위원회 또는 후보자는 공직선거법의 규정에 위반되는 정보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되면, 인터넷 홈페이지를 관리·운영하는 자에게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댓글 내용과 본문 내용을 전체적으로 고려했을 때 삭제하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관련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소셜미디어 상에서 선관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해 삭제를 요청한 선거 관련 게시물은 5만 3716건이다. 2012년 제19대 총선 당시 집계된 1726건에 비하여 31배 수준으로 증가한 수치로, 2016년 제20대 총선 당시 신고된 1만7101건에 비해서도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