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하루 앞두고 외식 쿠폰 이라니요.”

29일 핼러윈 데이를 이틀 앞둔 서울 중구 을지로노가리골목 일대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시스

11월 15일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김모(30)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의 결혼은 올해 4월과 8월, 2번 미뤄졌다. 양일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의 집단 감염 사태가 일어나면서 연기했다. 김씨는 “시내 클럽은 꽁꽁 막았다는데, 식당은 왜 더 많이 이용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또다시 코로나가 퍼져서 거리두기가 2단계로 올라가면 올해 안에 결혼은 못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라 지난 8월 잠정 중단했던 8대 분야 소비쿠폰(숙박·관광·공연·영화·전시·체육·외식·농수산물) 발행을 순차적으로 재개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조정 이후 약 3주가 흐르자, 침체된 서민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다. 지난 22일 박물관과 미술전시관 할인 쿠폰을 시작으로, 30일부터는 외식과 영화 관람에 대한 할인 쿠폰을 지급한다. 매주 주말 식당을 세번 이상 2만원씩 사용하면 네 번째 결제 시 1만원이 환급된다. 대상은 선착순으로 330만명(330억원)이다. 영화는 매주 1인당 6000원까지 할인이 가능하다.

/농림축산식품부

8월의 집단 감염 ‘데자뷔’란 말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7월 30일 ’2020년 하반기 소비 및 지역 경제 활성화 대책'에서 이 같은 소비 쿠폰을 발행하기로 했다가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자 8월 15일 중단했었다. 그런데 거리 두기를 1단계로 낮춘 뒤, 일일 확진자 수가 사흘 째 세자리수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쿠폰 발행을 재개한 것이다.

방역당국이 31일 할러윈 데이를 앞두고 나서는 클럽 집중 단속과 비교하며 ‘자가당착’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클럽을 즐겨 찾는다는 장모(23)씨는 “집중 단속을 하겠다며 클럽 영업 중지를 이끌어 냈으면, 그 사람들이 다른 식당으로 못가게 외출을 자제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방역에, 분명 할러윈 데이 날 ‘헌팅 술집’ ‘펍’ 같은 곳에 사람들이 마구 몰릴 것”이라고 했다.

PC방, 노래방 등 거리두기 2단계가 시작되면 ‘고위험 시설’로 분류돼 영업을 멈춰야 하는 자영업자들도 불만을 내비쳤다. 서울 성북구 대학가에서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47)는 “소비 쿠폰은 정부에서 풀고, 확진자가 늘어나면 또 애꿎은 노래방만 잡을 것”이라며 “또다시 문 닫을까봐 신경이 곤두서서 매일 밤 소주 한병은 마셔야만 잠이 온다”고 했다.

29일 하루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114명으로, 사흘째 세자리수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