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자녀에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하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한부모 가정 모임 대표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7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강민서(왼쪽) 양육비해결모임 대표와 회원들이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기자회견을 연 모습.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유창훈 부장판사는 29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육비 해결 촉구 모임’ 대표 강민서(4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지난 9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강씨에게 벌금 100만원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강씨는 2019년 3월 법원의 양육비 지급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 위해 ‘배드페어런츠’(이전 명칭은 배드파더앤마더스)라는 온라인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이후 강씨는 이 사이트에 총 160여명의 사진, 이름, 나이, 미지급 양육비 등을 공개했다.

지난해 6월 이 사이트에 20여년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며 신상정보가 노출된 한 남성이 ‘적시된 내용이 허위’라며 강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검찰은 강씨를 약식기소해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졌으나 강씨가 이에 불복하며 정식 재판이 열리게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게시한 내용 일부가 허위사실로 판단이 된다”면서도 “제보자인 고소인의 배우자가 제출한 사진과 판결문, 양육비 미지급에 따른 고충 등을 확인하고 게시했다”며 강씨가 허위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이를 게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강 대표는 “신상 개방의 목적은 배우자를 욕보이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양육비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재판부가 이를 인정해줘 감사하다”고 했다. 앞서 지난 9월 15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강씨는 “벌금형이 확정되면 벌금을 납부하는 대신 구치소에 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강씨는 “저 역시 아들을 홀로 키우면서 21년 동안 양육비 1억9000만원가량을 받지 못해 소송만 28번을 했다”며 “국가 대신 양육자들을 도운 죄로 벌금을 내라 했다면 승복할 수 없어 차라리 구치소에 수감돼 양육비 제도의 부조리함을 몸소 알리려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국가에서 양육비를 대신 지급하고 미지급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양육자는 양육에만 힘쓸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