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길 교통사고로 알려졌던 지난 8월 경부고속도로 사망 사고가 단순 사고가 아니라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8월 11일 오전 0시 50분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에서 A(59)씨가 운전하던 택시가 갓길에 서 있던 25t 트레일러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택시기사 A씨와 승객 B(56)씨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이 사고는 처음에는 빗길에 택시가 미끄러지면서 발생한 사고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이 택시 블랙박스를 확인한 결과 택시와 접촉했던 차량이 있던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블랙박스에 기록된 이 차량의 번호판을 판독, 사고 당일 오전 9시30분쯤 운전자 C씨(50대)를 자택에서 뺑소니 혐의로 체포했다.
그렇지만 C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이드미러로 택시가 미끄러져 도는 모습은 봤지만, 내 차와 충돌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C씨의 차량에서도 충돌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경찰은 1차로를 달리던 C씨 차량이 2차로로 밀고 들어와 택시 앞쪽을 충격, 이후 택시가 돌면서 사고가 난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토대로 증거 확보에 나섰다.
우선 택시 블랙박스와 제동 여부와 사고 당시 조향장치 위치 등이 기록된 사고기록장치(EDR)를 도로교통공단에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지난달 25일 도로교통공단으로부터 택시가 A씨의 차량에 의해 미끄러졌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파손 흔적은 없어도 접촉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고, 이 사고는 개인택시의 내부적 이유보다는 외부에 작용한 힘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결과에도 C씨가 혐의를 부인하자 경찰은 거짓말탐지기를 동원했고, C씨의 진술은 ‘거짓’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경찰은 이 같은 수사 결과를 토대로 C씨가 사고를 유발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또 C씨를 특가법상 도주치사와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적용, 23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관계자는 “블랙박스 영상 외에 뚜렷한 증거가 없어 결정적 증거를 찾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수사를 진행했다”라며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충분히 혐의가 드러났고, 그가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낮다고 결론을 내렸다”라고 말했다.
결국 당시 사고의 진상과 책임은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