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거주 지역과 멀리 떨어진 지역에 발령을 받아 주말마다 기차로 이동하다 기차에서 숨졌다면, 기저 질환이 있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김국현)는 40대 직장인 A씨의 유족이 ‘유족 급여 등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8년 초 중부권 한 제조 업체에서 근무하다가 부산 근무를 명받았다. A씨는 평일에는 근무지 근처 사택(社宅)에서 생활하다가 주말에는 기차를 타고 가족이 있는 서울에 다녀가는 생활을 이어 나갔다. 그러다가 그해 6월 금요일 부산에서 서울로 향하는 수서고속철도(SRT) 기차 화장실 복도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응급 조치 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심혈관 질환에 의한 급성 심근경색으로 추정됐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유족에게 ‘유족 급여 및 장례 비용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처분을 내렸다. 산업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공단은 그 근거로 “기저 질환이 자연적으로 악화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A씨는 기저 질환을 잘 관리하고 있었지만,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돼 기저 질환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하여 사망했다”며 “직무의 과중과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