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전화가 오면 절대 말꼬리 잡히면 안 됩니다!”

부산시청 교통국에 직원이 새로 오면 가장 먼저 A씨에 관해 배운다. “말꼬리 잡히면 ‘고소당한다’거나 ‘민원 들어온다’”는 얘기가 대부분이다. A씨는 동네에서도 ‘악성 고발러’로 악명 높다. 주민들과 말다툼을 하다가 밀고 당기고 몸싸움이 벌어지면 ‘폭행’으로, 욕설을 주고받으면 ‘모욕’ 등으로 고소한다. 이렇게 지난 3년간 A씨가 이웃 주민들과 공무원 등을 상대로 시청·경찰서·국민신문고·총리실 등에 고소·고발을 하거나 민원을 낸 것이 무려 8895건에 이른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무고, 업무 방해, 상해, 위계에 의한 공무 집행 방해 등 혐의로 30대 A씨를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7년 3월 자신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체포한 경찰관 5명을 상대로 허위 고소장을 11차례 제출하고, 지난 9월 금정구 한 병원에서 큰 소리로 욕을 하는 걸 말린다는 이유로 간호사에게 욕설을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가 지난 2017년부터 3년간 제기한 민원은 국민 신문고 4406건, 부산시 3043건, 사상구 590건, 형사고소 356건 등 도합 8895건이었다. 한 경찰 관계자는 “800건도 아니라 8000건이라니 A씨의 무차별 고소·고발·민원 건수가 믿기지 않아 다시 한번 더 건수를 확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시청 교통국의 한 간부는 “하루에 30~40건씩 잠도 자지 않고 인터넷으로 민원을 넣기도 하고, 글자만 몇 개 바꿔서 다시 민원을 내서 일일이 답변을 새로 해야 하는 업무 담당자를 괴롭혔다”고 말했다.

A씨가 무분별하게 고소하는 걸 못 견딘 이웃 주민 227명은 지난 7월 “A씨를 처벌해 달라”는 집단 탄원을 내기도 했다. 경찰 한 관계자는 “A씨가 사는 아파트 주민 중 3분의 2가량이 노인, 한부모 가정,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여서 A씨에게 고소·고발을 당해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4~5가구는 아예 이사를 갈 정도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