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 업체가 2015년 조달청으로부터 입찰 제한 제재를 받고도 가처분 신청을 반복해 제재가 발효되는 것을 회피하면서 정부와 공공기관이 발주한 시스템 구축 등 용역 사업을 8000억원 이상 따낸 것으로 드러났다. 올 초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뜨린 ‘K에듀파인’도 이 업체가 수행한 교육부 용역 사업이었다.

교육부는 지난 1월 총 1200억원을 들여 차세대 학교 행정·재정 시스템 ‘K에듀파인’을 개통했다. 하지만 잦은 시스템 오류로 학교 현장은 큰 혼란을 겪었다. 국회 교육위원회 정찬민 의원(국민의힘)이 교육부 산하 교육학술정보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8월까지 8개월간 4만2000건의 오류가 발생했다. 하루 평균 170건꼴이다. 정 의원이 확보한 내부 공문을 보면, 이 업체는 2월 말까지도 학교 회계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핵심인 전자수납 기능은 3월 중순에서야 개통했고, 이후에도 시스템은 수시로 오류가 발생했다.

이 사업은 교육학술정보원이 발주하고 아이티센이라는 IT 업체가 컨소시엄을 꾸려 수행했다. 아이티센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의 IT 시스템 구축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다. 2017년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취임 후 처음 방문한 기업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2018년 들어 낙찰 규모가 1300억원대에서 2300억원대로 크게 늘었고 지난해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그런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서일준 의원(국민의힘)이 조달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이티센은 2015년 입찰 제안서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 입찰 제한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이 업체가 2016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따낸 공공사업은 K에듀파인, 기획재정부 국고보조금 통합 관리시스템, 한국콘텐츠진흥원 정보시스템 등 총 240건, 8200억원에 이른다.

이 업체가 쓴 방법은 ‘가처분’이었다. 아이티센은 2015년 조달청 제재를 받자 서울행정법원(1심)에 취소 소송을 접수시키면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인용 결정을 받았다. 2016년 1심에서 패하자 바로 서울고등법원(2심)에 항소하고 재차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아이티센은 2017년 2심에서도 패했지만 바로 대법원에 상고하고 또 가처분 신청을 내 인용 결정을 받았다. 재판에서 계속 졌지만 가처분 제도를 활용해 사업을 유지했고, 수천억원대의 공공사업을 따낸 것이다.

아이티센은 1심에서 패한 뒤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렸다. 여기엔 대표적인 진보 성향 법관인 김지형 전 대법관(지평 대표변호사,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장)과 서울중앙지법원장, 서울고법 부장 출신 전관 변호사 등이 포진했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면 이 회사는 공공입찰 자격을 박탈당하지만, 2017년 제기된 상고심 판결은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다. 서일준 의원은 “2018년 하반기에는 나와야 하는 판결이 어떻게 이렇게 오래 미뤄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K에듀파인’을 관리하는 사업 발주자 교육학술정보원은 이른바 ‘캠코더(대선 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선 캠프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지낸 박혜자 전 민주당 의원이 원장이고 이사와 감사 중에도 민주당 당직자 출신이거나 문재인 대통령 지지 선언을 한 코드 인사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찬민 의원은 “전문성 없는 사람들이 앉아 있으니 교육 현장에 큰 혼란이 벌어진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