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검사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검찰 개혁과 관련, 견제 없이 행사되는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인사 권한이 검찰을 정치 예속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취지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검찰 개혁을 위해선 정치권력으로부터 과도한 개입을 견제할 수 있는 검사 인사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라며 검찰총장 임기를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했다.

8일 법무연수원에 따르면 임세진(42·사법연수원 34기)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장은 최근 발표한 ‘독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국외훈련검사 연구논문에서 ‘정치권력에 과도하게 예속된 검사 인사제도’와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와 상명하복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이 같은 주장을 폈다.

이 논문은 임 부장검사가 2018년 1월부터 1년 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수를 다녀온 뒤 작성한 것이다. 경기고·서울대 법대를 나온 임 부장검사는 수원지검 여주지청, 부산지검, 법무부 검찰과, 서울남부지검 등을 거쳤다.

/법무연수원

임 부장검사는 검찰이 개혁대상이 되는 이유에 대해 "외부적 요인으로는 정치권력에 과도하게 예속된 검사 인사제도가, 내부적 요인으로는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와 상명하복 문화가 중요한 원인”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견제 없이 행사되는 대통령의 검사 승진·전보 권한은 성과와 역량에 대한 객관적 평가보다는 특정 사건 처리가 정부의 의중에 부합하는지가 검사 인사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우려가 크다”며 “검찰의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 역시 그러한 외부영향력이 일선 검사에게까지 그대로 관철될 우려가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첫 번째 원인은 승진, 전보 등 검사에 대한 인사 권한을 보유한 대통령이나 법무부장관이 견제 없이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상의 문제점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문제점 중 첫 번째로 꼽힌 ‘외부수사 개입’은 결국 현재의 검찰 인사 제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며 "검찰의 개혁 방향 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수사의 공정성 확보’ 역시 검찰 인사제도의 개선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점에서 검찰개혁을 논할 때 정치권력으로부터 과도한 개입을 견제할 수 있는 검사 인사제도 개선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 “검찰총장 임기 2년에서 4년으로 늘려야”

임 부장검사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 방안으로 ▲검찰총장 임명 제도 개선 ▲검찰총장 임기와 검사 인사 주기 개편 ▲검사 직급 재조정 ▲검사대표기구를 통한 검사들의 의사 반영 등을 제시했다.

임 부장검사는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검찰사무의 최고 지휘·감독권자인 검찰총장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정의롭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점은 자명하다”면서 “우리도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임명하기 위해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 동의 절차는 대통령으로 하여금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라고 평가받는 사람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임 부장검사는 “검찰총장의 임기 2년은 검찰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받는 영향력을 극복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검찰총장 임기를 현재 2년에서 4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검찰총장 임기제가 시행된 1988년 12월 31일 이후 재임한 검찰총장 20명 중 7명만이 임기를 채웠을 뿐”이라며 “대통령 5년 단임제의 통치 구조와 검찰총장의 임기(2년)에 비추어 대통령 임기 중 최대 3명의 검찰총장을 임명할 수 있는 구조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들에게는 대통령과 정권실력자들의 의중을 무시할 수 없게 만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헌법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직무상 독립이 요구되는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관, 중앙선거관리위원(각 6년), 감사원장, 감사위원(각 4년)에게 그에 상응하는 임기를 보장하고 있다”며 “검찰총장의 임기를 4년으로 하여 대통령 재임기간 중 검찰총장을 1번 정도 임명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법무장관의 검사 인사권 행사 문제에 대해서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구성되는 검사대표기구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특정 직위에 보임할 대상자를 선발하는 경우에는 검사대표기구의 실질적 심의와 의견을 보장하는 제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검찰개혁안, 병 원인은 두고 증상만 제거하려는 것”

임 부장검사는 논문 말미에서 현재 추진되는 ‘검찰개혁’ 안에 대해 “검찰의 직접수사권 행사가 왜 공정하지 못했는지 검찰이 왜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됐는지 그 원인에 대해서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며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제도 개선의 논의는 마치 의사가 환자가 앓고 있는 병의 원인은 그대로 두고 병에서 비롯된 증상만을 제거하려고 하는 조치와 다를 바가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 검찰이 앓고 있는 병은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의 검사 인사권에 대한 견제 장치의 부재, 그리고 법무·검찰 내부의 수직적 의사 결정 구조로 인한 구성원의 의견 반영 장치의 부재에 그 원인이 있다”며 “따라서 검찰개혁에 대한 논의 역시 검사 인사권에 대한 견제 장치 도입,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를 보완할 수 있는 민주적 의사결정 기구 신설에 대해서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