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군과 해양경찰이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사라졌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시신 등을 찾기 위해 연평도 서방부터 소청도 남방까지 해역을 광범위하게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연평도 근해에서 북한군에게 사살된 뒤 불태워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에 대해, 군(軍)과 해경, 여당은 ‘월북(越北)한 것’이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씨의 고교생 아들 이모군은 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육필 편지에서 그런 주장을 단순한 ‘감성 호소’ 대신 ‘구체적 근거’와 함께 반박하면서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정부·여당 측 ‘월북’ 주장의 중요한 근거 중 하나는 이씨의 ‘채무’였다. 쉽게 말해 ‘빚이 많아 도망친 것’이란 주장이었다.

이군은 우선 부친이 마지막 통화에서도 월북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편지에서 “(아빠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통화를 했고 동생에게는 며칠 후에 집에 오겠다며 화상 통화까지 했다”며 “이런 아빠가 갑자기 실종되면서 매스컴과 기사에서는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가 연일 화젯거리로 나오고 있다”고 했다. “한 가정의 가장을 이렇게 몰락시킬 수 있는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지요”라고 물었다.

가정에 대한 사랑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늦게 생긴 동생을 너무나 예뻐하셨고 저희에게는 누구보다 가정적인 아빠였다”고 했다.

피살 공무원 고교생 아들의 편지.

이씨가 공무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졌다는 점도 이군은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제시했다. 그러나 이군은 “아빠가 늦게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남들보다 출발이 늦었던 만큼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셨다"며 “학교에 오셔서 직업 소개를 하실 정도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으셨다”고 했다.

이어 부친이 정부 여러 기관으로부터 받은 수상 내역도 하나하나 공개했다.

정부는 ‘조류를 거슬러 올라간 지점에서 발견된 것’을 월북 증거라고 했지만, 이군은 반대로 해석했다. 그는 “(아빠가)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며 "180㎝ 키에 68㎏밖에 되지 않는 마른 체격의 아빠가 38㎞를, 그것도 조류를 거슬러 갔다는 것은 진정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북한이 이씨 신상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이 월북의 증거’라는 일각의 논리에 대해서도 이군은 “총을 든 북한군이 인적 사항을 묻는데 말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군은 부친에 대해 “대한민국 공무원이었고 보호받아 마땅한 대한민국 국민이었다”며 “나라의 잘못으로 오랜 시간 차디찬 바닷속에서 고통받다가 사살당해 불에 태워져 버려졌다”고 했다. 이어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현 상황을 누가 만들었으며,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