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 홈페이지 캡처


오는 12월 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나영이(가명) 가족의 이사를 돕기 위해 민간 단체가 진행한 모금 운동의 모금 액수가 닷새 만에 1억원을 넘겼다.

모금 운동을 진행한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는 28일 “오전 9시 30분 기준으로 모금에 1991분이 참여해 총 1억50만여원이 모였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모금 운동을 시작한지 닷새 만이다.

이번 모금 운동은 신의진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신 회장은 지난 22일 본지 인터뷰에서 “최근 나영이 가족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조두순을 피해 이사도 못 가고 있는 사정을 들었다”며 모금 운동 시작을 알렸다. 신 회장은 “아동 성범죄자와 그 피해자가 같은 동네에 산다는 것은 피해자에게 정신적 학대나 다름없다”며 “나라가 그런 상황을 막아줄 수 없다면 시민들의 뜻이라도 모아볼 생각”이라고 했다. 신 회장은 나영이가 피해를 입은 직후 심리 치료를 맡았던 소아정신과 전문의다.

조두순은 오는 12월 12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면 경기도 안산 집으로 돌아가 살겠다는 의사를 최근 밝혔다. 조두순이 거주할 곳은 피해자 나영이가 사는 집에서 1㎞도 떨어져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조두순의 안산 집 복귀를 막기는 어렵다. 나영이 아버지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조두순을 안산에서 떠나게만 할 수 있다면 내가 신용대출을 받아 (조두순의 이사 비용을) 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나영이 가족이 스스로 멀리 이사를 가는 것도 경제적 사정 때문에 곤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에 따르면, 나영이 가족은 기초생활수급 급여로 매달 30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아버지, 어머니, 큰딸, 작은딸인 나영이 4인 가족이 기초생활급여와 아버지의 일용 건설 노동 수입까지 합쳐 월 250만원이 되지 않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이같은 사정을 해결하고자 나영이 가족의 이사 비용 모금이 시작된 것이다.

모금에 참여한 시민들은 후원계좌로 돈을 보내며 ‘나영아 힘내!’ ‘늘 지켜드릴게요’ ‘조금이라도 힘이 되기를’ 등 문구를 남겼다. 이번 모금에 참여한 대학생 김인정(26)씨는 “심리학을 전공한 대학생으로서 성범죄 피해자인 나영이가 불안하지 않을까 걱정됐다”며 “우선은 나영이 가족의 이사를 돕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조두순과 같은 성범죄자들의 사회 복귀를 좀 더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 관계자는 “시민들의 호응에 감사드린다”며 “오는 11월 30일까지 모금을 진행하고, 모금액은 나영이 아버님에게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