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집을 비운 어머니 대신 직접 라면을 끓여 동생과 먹으려다 불이 나면서 중화상을 입은 인천 초등학생 형제가 여전히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20일 인천 미추홀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발생한 미추홀구 빌라 화재로 크게 다친 A(10)군과 B(8)군 형제는 서울의 화상 전문병원 중환자실에서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다. 형제는 당시 연기를 많이 마신 탓에 현재 자가호흡이 힘들어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

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물청소 작업 중 떠밀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컵라면 용기가 물웅덩이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이들 형제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자 그들을 도우려는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 형제를 지원하는 지정 기부 신청을 받는 사단법인 학산나눔재단에는 16일부터 19일까지 140여명으로부터 3000여만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적게는 1만원부터 많게는 1000만원까지 정성을 보탠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회성 기부 대신 이 형제를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싶다고 밝힌 기부자도 있다. 재단 측은 모인 기부금을 구청과 협의해 초등생 형제를 돕는 데 쓰도록 할 계획이다.

재단 관계자는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고, 이메일 등을 통한 문의도 계속 늘고 있다”며 “기부금이 초등생 형제를 위해 오롯이 쓰이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형제가 거주하는 용현동 행정복지센터 등에도 형제를 도울 방법을 묻는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또 인천소방본부도 중태에 빠진 이들 형제의 치료비 명목으로 ’119원의 기적 성금' 으로 모인 5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처럼 온정의 손길을 내민 시민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매일 이들 형제의 건강이 회복됐다는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염원에도 불구하고 형제를 학대한 혐의를 받는 어머니가 아이들 건강 상태를 언론에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구청 측에 요청했다.

미추홀구청 관계자는 “최근 병원 측이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더는 아이의 상태를 알려주지 않고 있어 아이 어머니에게 확인하고 있다”라며 “형제의 모친은 건강상태를 알려주면서도 언론에 건강상태를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 어머니의 요청에 따라 구청에서는 더 이상 언론에 아이들 건강 상태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 줄 수 없다” 밝혔다.

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외벽이 17일 오전 검게 그을려있다./연합뉴스

이들 형제는 지난 14일 오전 11시16분쯤 인천 미추홀구 용현3동 한 4층짜리 빌라 2층에서 발생한 불로 크게 다쳤다. 두 아이는 발견 당시 의식이 없었다. 형 A군은 침대위에서 동생 B군은 책상 아래에서 이불로 막혀 있었다. 형제를 가장 먼저 발견한 소방대원은 “형이 마지막 순간까지 동생을 구하려고 책상 아래로 동생을 밀어넣고 이불로 주변을 감싸 방어벽을 친 것 같다”고 말했다. A군은 전신 40%에 3도 화상을, B군은 전신의 5%에 1도 화상을 입었다.

소방당국은 형제가 코로나 재확산으로 학교에 가지 못한 상태에서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려다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재 당시 집에 없었던 A군 형제의 어머니 C(30)씨는 병원을 오가며 아이들을 돌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앞서 아이들을 방치해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C씨를 불구속 입건해 지난달 검찰에 송치했다. A군 형제와 C씨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으로, 매달 수급비와 자활근로비, 주거지원비 등 명목으로 160만원가량 지원받아 생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