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인천지방법원 412호 법정으로 마스크를 쓴 남성이 들어섰다. 지난 5월 서울 이태원 클럽에 갔다가 코로나에 걸렸으면서도 자신의 직업과 동선을 숨겨 전국적으로 80여 명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게 한 A(25)씨였다.

반팔 수의를 입은 그의 왼팔엔 상처가 여러 군데 보였다. 칼에1 베인 상처뿐 아니라 물어뜯은 듯한 자국도 있었다. 판사가 재판이 시작되기 전 “손은 왜 그러냐”고 물었다. 변호인은 “자해를 한 흔적”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판사는 “시간이 지났으니 자책하지 말라”고 말한 뒤 재판을 시작했다.

A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변호인은 구형 사유를 밝히는 검사의 발언이 끝나자 “모두 인정한다. 피고인 심문도 생략한다”면서도 선처를 부탁했다. 변호인은 “지방에서 올라온 피고인은 학비와 거주비를 벌기 위해 학원 강사를 했고,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치료를 받아왔다”며 “처음부터 기망한 것이 아니고 신분이 노출될까 두려워 허위 진술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교도소 안에서도 정신과 약을 먹고 있고 자해 행위를 계속하는 등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선처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최후진술에 나선 A씨는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다. 피해를 본 사람들과 방역 당국에 죄송하다”며 “제 말 한마디가 이렇게 될지 몰랐다”고 했다. 그는 또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부모님의 만류로 포기했다”며 “평생을 사죄하면서 살아가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최후진술 도중에도 그는 왼쪽 팔을 심하게 긁어댔다.

지난 5월 9일 확진 판정을 받은 A씨는 자신이 학원 강사이며, 다수 학생을 상대로 과외 수업을 했다는 사실을 숨겼다. 이로 인해 지역 내 n차 감염이 이어졌다.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이 방문한 노래방과 PC방을 통해 사진 기사 겸 택시 기사 B 씨가 감염됐고, B씨가 일한 부천의 웨딩 업체에서 확진자가 이어지는 등 전국적으로 80명 이상이 감염됐다. 이에 인천시는 지난 5월 14일 A씨를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이날 A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역학조사를 받은 당일에도 헬스장을 방문했고 이후에도 커피숍에 갔다”며 “피고인의 안일함으로 발생한 코로나 확진자가 80명에 달해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10월 8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