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정다운

식당 여주인을 오랜 기간 스토킹하다가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에게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피해자 유족들은 “피고인에게 사형시켜달라”며 재판부에 소리쳤다. 선고 직후 법정 밖에서는 피해자 유족과 피고인 가족들이 서로 엉켜 충돌했다.

창원지방법원 형사2부(재판장 이정현)는 10일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43)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5월4일 오전 9시50분쯤 창원시 의창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단골식당 여주인 B(60)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이 사건은 A씨가 “단골손님인데, 다른 손님들과 다르게 차별하고 냉랭하게 대했다”는 초기 경찰 진술이 알려지며 식당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우발적 사건으로 비쳐졌다.

하지만 수사를 통해 A씨 휴대전화 포렌식 분석 등이 이뤄지면서 A씨가 오랜기간 B씨를 스토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의 아들은 이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40대 건장한 남성이 60대인 여성의 복부와 폐, 심장을 수차례 찔러 살해한 극악무도한 피해자가 저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어머니”라며 “어머니 유품을 정리하다보니 어머니 휴대폰에서 2020년 2월9일부터 4월30일까지 약 100여통의 전화를 걸었던 통화기록이 발견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공판 과정에서 “A씨가 약 10년전부터 피해자 식당의 단골손님으로, 평소 이성적 감정을 갖고 있었고, 자신을 홀대한다는 불만을 품고 있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밤 10시 이후 장사를 안한다’고 했는데, A씨는 사건 전날 B씨가 다른 손님과 있는 모습을 보고 다음날 오전 미리 흉기를 준비해 피해자를 살해했다”며 징역 30년을 구형해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평소 이성적 호감을 갖고 있었다는 검찰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피고인 측 주장을 일축했다.

이 판사는 “휴대전화 발신내역과 피고인 휴대전화 속 메모 등을 볼 때 검찰이 주장하는 공소사실(오랜기간 이성적 호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살인은 인간 생명을 빼앗고, 피해회복이 이뤄질 수 없는 중대범죄다”며 “평소 이성적 호감과 집착에다 피해의식 속에 미리 흉기를 준비하고 무자비하게 찔러 피해자를 숨지게 한 점 등을 비춰볼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선고 직후 피해자 유족들이 울분을 토하며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소리쳤다. 피고인 A씨는 판결에 불만이 있는 듯 “할 말이 있다”고 항의하다 제지당하고 교도관에 의해 끌려갔다.

법정 밖에서는 피해자 유족과 피고인 가족들이 충돌하기도 했다. 피해자 유족들이 “악마새끼” “징역 20년이 뭐냐”며 흥분한 사이, 뒤따라 나온 가해자 가족들이 “우리도 피해를 입었다” “우린 뭔 죄냐”는 취지로 맞서다 고성이 오갔다. 피해 여성의 한 유족은 “우리 엄마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울었다.

피해자 유족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의 뜻을 밝혔다.

이날 여성단체도 재판을 방청했다. 여성단체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스토킹 처벌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현재 스토킹 범죄를 규정한 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