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당정(黨政)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대 정원 증원 등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고 의료계는 단체행동을 중단하기로 합의했지만, 7일에도 전공의 파업을 두고 의료계 내 혼란이 계속됐다. 지난 6일 파업 중단을 번복했던 전공의 단체 지도부는 이날 다시 파업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전공의 지도부가 돌연 총사퇴하면서 전공의들은 파업 중단 여부를 두고 갈팡질팡했다. 의대 교수들이 복귀를 독려하면서 서울성모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에선 전공의 복귀가 시작됐지만, 일부 병원 전공의들은 이날 밤늦게까지 자체 투표를 하는 등 복귀 여부를 두고 고심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전공의 수련기관 147곳에서 전공의 비근무 비율은 72.8%다.

◇전공의 지도부, 결국 파업 중단 선언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과 지도부는 7일 전공의 전체 온라인 간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8일 오전 7시부터 업무에 복귀하고, 1인 시위와 피켓 시위는 계속한다” “2주 내로 국시(의사 국가고시) 미응시자 구제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다시 단체행동을 강화한다” 등의 방침을 밝힌 뒤 돌연 지도부 총사퇴를 선언했다. 박 회장은 “모든 전공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 제 부족함에 책임감을 느끼고 사퇴한다”고 했다. 하지만 전공의 사이에선 “강경파 반발을 견디지 못해 무책임하게 사퇴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의료계에선 “전공의 지도부가 우왕좌왕 행보로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4일 당정과 의협이 협상을 타결하자 전공의 지도부는 최대집 의협 회장이 전공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합의하고, 합의문에 ‘정책 철회’가 빠진 걸 문제 삼았다. 하지만 이들은 5일엔 사실상 합의문을 수용하고 파업도 중단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때부터 강경파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고, 파업 중단을 둘러싼 혼선이 생겼다.

◇정부·여당은 전공의 자극 발언

정부·여당이 전공의와 의대생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것도 문제란 지적이다. 합의가 나온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의사들의 불법행위를 처벌해야 한다”며 “의대 정원은 반드시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전공의·의대생 사이에선 “역시 여당 약속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7일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국시에 응시하지 않은 의대생을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도 “국시 재신청이나 접수 연장은 없다”며 “이는 법과 원칙에 대한 문제”라고 했다. 한 서울대병원 교수는 “교수도 학생들을 설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의대생을 겁박하고 자극하는 발언을 하니 반발감만 커진다”고 했다. 이날 의협은 “지난 4일 합의는 의대생과 전공의에 대한 보호와 구제를 전제로 이뤄진 것”이라며 “구제책이 없으면 지난 합의도 더는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의대 교수들 “이제 그만 돌아오라”

혼란이 커지자 의대 교수들이 사태 해결에 나섰다. 이날 서울대병원 교수진은 성명을 내고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은 교수들을 믿고 의료 현장과 학업 현장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이날 국립 의대·의전원 학장들도 “학생들이 의료계의 합의와 절차, 내용에 아쉬움이 있다는 걸 충분히 이해한다”며 “이제는 학교로 돌아와 훌륭한 의사가 되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달라”는 성명을 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이날 오후 늦게 회의를 열고 전공의 복귀와 의대생의 국시 보이콧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전의교협 고위 관계자는 “교수들의 전반적 생각은 서울대병원 교수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도 “정부가 지금처럼 전공의와 의대생을 자극하고 겁박하면 교수들도 더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교수들의 성명이 잇따르자 지난 6일 만장일치로 국시 보이콧을 결의한 의대생 단체는 이날 의견을 다시 수렴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