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7시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대 주변 한 맥줏집 입구에는 ‘금일 9시까지 운영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새벽 1시까지 문을 열었다. 입구로 들어서니 멍하니 앉아있던 아르바이트생 3명이 반겼다. 식당 안에는 테이블이 약 15개 정도 됐지만, 술을 마시는 손님이 한 테이블도 없었다. 직원은 “근처에서 저녁 식사 후 간단히 맥주 먹으러 많이 찾는 곳인데 오늘은 텅 비었다”며 “방역 수칙 지켜가며 운영해왔는데 정부 발표 이후 하루아침에 발길이 뚝 끊겨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모든 식당과 주점이 밤 9시에 문을 닫아야 하는 이른바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가 적용된 첫 평일 서울 도심 곳곳의 번화가는 썰렁했다.
‘젊음의 거리’로 불리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리도 한산했다. 100m 골목길 양 옆 가게 40여곳 가운데 20곳은 아예 휴업이었다. 늘 풍겨오던 고기 굽는 냄새도 잘 느껴지지 않았다.
오후 9시가 되자 가게들마다 몇 없던 손님을 내보냈다. 한 곱창집에서는 버티려는 남자 손님 3명을 내보내려고 점원들이 “안녕히 가세요!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세요!”라며 바로 옆에서 부산스럽게 그릇을 치웠다. 오후 10시에 가까워지자 조용해진 신촌 거리에선 배달 오토바이 소리만 들렸다. 사람 1명 다닐 때 배달 오토바이가 3~4대꼴로 지나 다녔다.
서울시는 단속반을 가동했다. 이날 오후 9시 50분쯤 북창동 한 고깃집이 단속에 걸렸다. 불을 켜놓고 3명이 앉아 배달 음식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서울시 공무원이 “집합 제한이기 때문에 식사를 하시면 안 된다”고 하자 “내가 사장인데, 문 닫고 종업원이랑 밥을 먹는 것도 안 되냐”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집합제한 시간 2인 이상 매장 내 식사는 금지다. 사장은 따졌다. “새벽 1∼2시까지 배달을 하는 업체들은 아예 밥을 굶으며 일해야 한다는 것이냐?” “오늘 하루종일 두 팀, 다섯 명 받았다”고 했다.
이날 낮 서울 중구 한 프랜차이즈 샌드위치 가게는 손님 셋 중 하나꼴로 ‘테이크아웃(take-out)’족(族)이었다. 영업이 중지된 헬스장과 당구장 등 실내 체육 시설의 업주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이날 오후에 찾은 신촌 S당구장 앞엔 서대문구청 명의로 발부된 ‘집합금지명령서’가 붙어 있었다. 업소 앞 조명은 꺼져 있고, 가게 안엔 사장 정기선(60)씨와 직원 둘만 있었다. 정씨는 “오늘 월세 220만원 내는 날인데 임대인에게 ‘돈이 없어 못 드리겠다’고 했다”며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데 (업주들) 동의도 안 구하고 영업 중지시키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했다. 이날 오후에 찾은 강남역 근처 F피트니스센터 관계자는 “안 그래도 다가오는 추석 연휴에 쉴 텐데, 1주일간 아예 문을 닫으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환불 문의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그냥 가기 아쉬운 시민들은 거리를 헤맸다. 오후 9시부터 서초구청 공무원 3명이 닭꼬치와 떡볶이를 파는 푸드트럭 앞을 지켰다. 푸드트럭도 식당과 똑같은 규정을 적용받는다.
10시 서초동 ‘이마트24’ 편의점 외부 테이블에는 여성 3명이 소주와 맥주와 과자를 놓고 술판을 벌였다. “치킨집에 있다가 9시에 닫아서 여기로 왔다”고 했다. 편의점 직원 이모(24)씨는 “오후 9시부터 지점 내에서는 먹는 것은 안 된다고 했는데 밖에서 먹는 것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고 했다.
상인들의 경제적 피해와 고용 악화가 예상되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거리 두기 강화로 지난 30일부터 수도권 식당이 오후 9시 이후 포장·배달을 제외한 영업이 금지되고 헬스장 등 실내 체육 시설 영업이 중단되면서 고용노동부는 고용유지지원금 자격 요건을 완화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경영이 어려운데도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휴직이나 휴업한 고용주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원래는 매출액 감소 등을 증명해야 받을 수 있었지만, 수도권 방역 강화 조치 대상이 된 음식점, 카페, 헬스장 등은 이런 증명 없이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