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인천 남동구의 한 폐기물 선별장 플라스틱 분류 라인에서 작업자들이 재활용 가능한 폐플라스틱 선별작업을 하고있다. / 고운호 기자

지난 27일 오후 방문한 인천의 한 재활용 선별장은 태풍이 지나고 난 후 미뤘던 폐기물을 처리하려는 덤프트럭들로 붐비고 있었다. 건물 2층 높이로 쌓여있는 거대한 쓰레기 산에 크레인이 연신 폐기물 더미를 추가했다. 이 선별장 대표인 이모씨는 “수도권 전역에서 하루에 80~90t가량의 폐기물이 들어오는데, 그중 25%가량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것들로 소각 처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국의 폐기물 선별장들은 올해 들어 코로나 확산 여파로 급증한 포장재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광학분리 시스템을 갖춘 몇 안 되는 선별장 중에 하나인 이곳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올해 들어 비닐, 플라스틱 용기 등 포장재 폐기물이 1.5배가량 늘었다”며 “선별을 잘 해도 폐플라스틱 값이 점점 하락하고 있어 돈이 안 된다. 폐비닐의 경우에는 선별 후 압축해서 고형 연료 생산 업체에 웃돈을 주고 가져다준다. 처리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중국이 폐플라스틱 수입을 금지하면서 발생한 ‘쓰레기 대란’ 이후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은 지 2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택배·배달 음식 등 언택트(untact·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폐기물 문제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코로나로 포장 폐기물 15% 급증

30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비닐 폐기물의 발생량은 하루 평균 951t, 플라스틱 폐기물은 하루 평균 848t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1.1%, 15.6% 증가한 수치다. 이 수치는 지자체별 공공 폐기물 선별장의 기록을 합친 것으로, 차후 민간 선별장에서 처리한 폐기물량을 합치면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1월만 하더라도 증가세가 10% 안팎으로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2월부터 급증했다”며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가 확실히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비닐 폐기물의 경우 1월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8.1%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2월 7.5%, 3월 9.6%로 차츰 늘다가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한 4월엔 15.1% 증가로 훌쩍 뛰었다. 5월엔 7.5%로 잠시 주춤했다가 6월 또다시 19%까지 올랐다. 플라스틱 폐기물도 마찬가지다. 1월 16.6%에 그쳤던 증가율은 2월 21.1%로, 6월에는 25.1%까지 늘었다.

◇코로나에 저유가, 끝 안 보이는 폐자원 문제

폐기물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렵게 된 것은 올해 들어 유가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폐플라스틱은 석유에서 뽑아 만드는 ‘새 플라스틱’의 대체재 역할을 한다. 질은 떨어지지만 값이 더 싸서 찾는 사람이 있는 것인데,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비슷한 값에 재활용 플라스틱이 아닌 새 플라스틱을 쓸 수 있게 됐다.

그렇다 보니 폐플라스틱의 단가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페트(PET)를 기준으로 지난 4월 ㎏당 760원이었던 단가가 8월 590원을 기록했다. 폐자원을 판매해서 돈을 버는 폐기물 수거 업체, 선별 업체, 재활용 업체 등이 모두 위기를 겪게 된 것이다. 한 재활용 폐기물 수거 업체 대표는 “지금으로서는 인력을 들여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보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돈을 덜 낭비하는 꼴”이라고 했다.

◇ 2차 확산세에 또 폐기물 급증 우려

이달 들어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크게 늘어나면서 폐기물 문제도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1차 확산기였던 지난 2월 택배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하고, 상반기 평균 17%가량 급증하는 결과를 낳았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당장 폐기물 시장이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생산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이 용이한 제품을 만들고, 제대로 분리 배출하는 등 근본적인 폐기물 체질 개선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