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불충분한 식품 오해 많아… 영양제는 ‘보충’ 용도
암 환자와 보호자는 이분법적 믿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고기는 먹으면 안 된다’, ‘밀가루는 암을 키운다’, ‘우유를 마시면 유방암에 걸린다’ 같은 주장도 있는데요. 이는 대개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거나, 일부 연구 결과가 과장 혹은 왜곡돼 전달된 경우가 많습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혈액종양내과 홍문기 교수는 “오히려 치료 중에는 체중과 근육량이 급격히 떨어지기 쉽다”며 “근거 없이 특정 음식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면 단백질이나 칼로리 부족으로 회복이 더뎌지고,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천연 성분은 무조건 안전하다는 생각도 위험합니다. 무분별하게 채취된 천연 약재나 허가 없이 과하게 농축된 추출물은 오히려 간에 무리를 주어 정작 중요한 항암 치료를 중단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영양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양제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보충’입니다. 일산차병원 암통합진료센터 홍성은 교수는 “우리 몸이 항암 치료의 독성을 견뎌내고 면역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근본적인 에너지는 실제 음식 속 수천 가지 파이토케미컬과 미량 영양소의 정교한 시너지에서 나온다”며 “아무리 잘 만들어진 알약이래도 이를 대체할 순 없다”고 말했습니다. ‘무조건 금지’, ‘무조건 효과’라는 인식보다는 현재 치료 상태, 동반 질환, 영양 상태에 맞춰 안전하게 선택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영양 상태 평가가 우선
암 환자가 영양제를 무조건 피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핵심은 어떤 영양제가 절대적으로 좋고,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환자에게 처방된 약물이나 방사선 치료가 해당 영양제와 어떤 상호작용을 일으키느냐 입니다. 알부민이나 림프구 수치 등 혈액검사를 기반으로 전신 염증과 영양 상태를 평가하는 예후영양지수로 암 환자의 영양 상태를 평가해 영양제를 골라야 합니다.
홍성은 교수는 “예후영양지수가 낮다면 부족한 영양소를 정교하게 보충하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 게 필수다”며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무분별한 섭취가 아니라 전략적인 섭취를 한다면 영양제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영양제 형태도 중요합니다. 점막염이나 인후통이 심해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기 어려울 때는 부드러운 푸딩 형태나 선식 형태의 영양제(영양 보충 음료)를 권합니다. 심한 오심이나 구역질이 있을 때는 냄새가 최대한 나지 않고 차가운 형태의 영양제를 소량씩 자주 섭취하면 좋겠습니다.
기본적으로 권장되는 건 ‘비타민’
영양 보충을 원칙으로 했을 때, 기본적으로는 비타민C와 D를 복용하는 걸 권장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홍성은 교수는 “비타민C, D를 비롯한 종합비타민은 면역력을 높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비타민D는 면역 기능 물질인 카델리시딘, 디펜신 생성을 촉진시켜 암세포 성장을 억제합니다. 홍문기 교수는 “비타민D가 부족하면 뼈가 휘는 구루병, 뼈가 연해지는 골연화증, 골밀도가 낮아지는 골다공증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하루 권장량이 400IU, 노인의 경우 하루 800IU의 비타민D를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연어, 고등어 등 지방이 많은 생선, 우유, 치즈, 달걀, 버섯 등에 비타민D가 풍부합니다.
복용 전 의료진과 상담 필수
영양제를 복용하기 전에는 의료진에게 제품의 정확한 성분과 함량, 그리고 복용 목적을 투명하게 공유하세요. 홍문기 교수는 “항암제, 면역치료, 수술, 방사선 치료와의 상호 작용이나 부작용 위험을 확인해야 한다”며 “현재 복용 중인 미네랄·비타민 등 약제와, 최근 맞고 있는 영양 수액이나 ‘피로 회복 주사’ 등의 종류를 얼마나 자주 어떻게 복용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자세하면 자세할수록 좋다”고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하나의 특정 영양제만으로 영양 상태를 개선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전반적인 식사 균형과 적절한 운동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영양 상태를 개선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