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변화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체감하는 듯합니다. 매년 같은 계절을 반복해 맞이하면서도, 우리는 그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다시 한 번 환호하고 감탄합니다. 매번 반복되는 순환 속에서도 늘 생동하는 변화가 숨겨져 있기 때문일 겁니다.
3월이 됐을 뿐 아직 기온의 큰 변화가 없더라도, 문득 이마에 닿는 햇볕이 따스하게 느껴지고 바람 끝에 묻어나는 공기가 한결 부드러워졌음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우리는 이 미묘한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아, 이제 봄이구나” 하고 확신합니다. 당장 내일 꽃이 피지 않는다고 해서 봄이 오지 않을까 봐 조급해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지요. 보이지 않아도 계절은 성실히 움직이고 있음을 믿기에, 그 시간을 여유 있게 기다려 줍니다.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니 몸의 회복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과정 역시 이 계절의 변화와 참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진단을 받고 수술을 겪은 뒤, 우리는 종종 “빨리 좋아져야 한다”는 조급함이라는 함정에 빠지곤 합니다.
하지만 회복은 결코 직선적인 속도가 아니라, 입체적인 밀도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딱딱한 나뭇가지 끝에 작은 꽃봉오리가 맺히기까지, 나무는 겨울에 깊은 뿌리 아래에서 수분을 끌어올리고 보이지 않는 내실을 다져왔을 것입니다.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여도 꽃봉오리 속에서는 수천 번의 세포 분열과 준비가 있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