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진료 체계만 봐도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납니다. 하나의 몸이 내과, 외과, 안과, 이비인후과로 나뉘고 내과 안에서도 다시 내분비내과, 호흡기내과, 신장내과 등으로 세분화됩니다. 이러한 덕분에 병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어떤 세포에 유전자 이상이 있는지를 정확히 찾아내는 데 강점을 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몸을 해부학적인 시각에서 볼 때 놓치기 쉬운 부분은 ‘몸의 흐름’입니다. 해부는 생명이 멈춘 상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살아있을 때의 혈액순환, 호흡 리듬, 소화와 흡수의 과정, 감정과 신경이 몸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 관찰하기 어렵습니다. 서양 의학이 병 위치를 찾는 데는 뛰어나지만 몸 전체 회복 과정을 설명하고 돕는 데는 상대적으로 한계를 보이기도 합니다.
동양 의학은 몸을 종합적으로 바라봅니다. 개별 장기보다 전체의 균형과 연결을 먼저 봅니다. 서양 의학이 현미경이라면 동양 의학은 망원경과 같습니다. 동양 의학에서는 몸 안에 살아있는 에너지인‘기(氣)’의 흐름이 있으며 이 흐름이 원활할 때 건강이 유지된다고 봅니다. 몸이 아프다는 것은 이 흐름 어딘가가 막히거나 약해졌다는 신호로 막힌 흐름을 자극해 다시 통하게 하면 통증이 완화된다는 관점입니다.
다만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흐름을 객관적인 수치나 영상으로 기록하기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두 의학의 장단점을 인식하며 등장한 게 통합의학입니다. 서양 의학의 정밀한 진단과 동양 의학의 전체적 회복 관점을 함께 활용는 접근으로, 최근 암 치료에서도 이러한 통합적 시도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암은 단순히 한 부위에 생긴 덩어리가 아닙니다. 면역계, 내분비계, 신경계, 자율신경, 감정 상태, 생활습관이 복합적으로 얽혀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해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몸 전체에는 부담을 줍니다. 이때 몸의 흐름과 균형이 무너지면 회복은 더뎌질 수밖에 없습니다.
질병이란 결국 몸 안의 소통이 막힌 상태입니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고 호르몬 신호가 어긋나며 신경 전달이 둔해집니다. 여기에 감정적 긴장과 스트레스가 더해지면 회복 시스템은 더욱 약해집니다. 치료의 핵심은 이 막힌 흐름을 하나씩 풀어주는 데 있습니다.
암 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병소를 치료하는 것과 동시에 몸이 다시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숨을 고르고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마음의 긴장을 내려놓는 일은 모두 치료의 일부입니다.
의료진은 치료의 방향을 제시하는 안내자입니다. 그러나 회복의 주체는 환자 자신입니다. 몸의 흐름을 다시 통하게 하려는 노력과 과정이 치료를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암은 싸움의 대상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그 신호를 이해하고 몸 전체를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진정한 치료는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