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욱 박사 작품

의사들은 흔히 “적게는 한 달, 더 적게는 이번 주를 못 버티겠다”, “6개월 정도를 예상한다”와 같은 말을 하곤 합니다. 이런 말을 할 때 의사에게는 딜레마가 생깁니다. 환자에게 생을 정리할 시간을 주기 위해 예상되는 여명을 최대한 솔직하게 말해야 하는 것과 환자들의 치료 의지를 꺾지 않아야 한다는 겁니다.

만약 생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라면 정리할 시간을 갖도록 솔직히 가르쳐 주는 것도 분명 필요합니다. 정리에 대해서 전혀 생각지 않고 있는 환자라면 그것을 일깨우는 계기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마음이 약한 사람에게는 의사의 이 한마디가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로 들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언제까지 살 수 있을 것이란 의사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미리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외에도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을 수 있겠지요.

“2~3개월 봅니다. 각오하세요.” 환자는 겁이 나면 의사에게 많은 것을 물어봅니다. 의사라면 이런 말을 하기 전에 환자의 심리를 먼저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 암에 대해서 묻는 사람에게 “각오하고 있으라!”는 식의 설명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생이 얼마나 남았는지 의사가 안다는 것도 교만입니다. 6개월밖에 안 남았다고 하는 사람이 3~4년씩 잘 살기도 하고, 2~3개월도 힘들다고 한 환자가 3년 넘게 생존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반대로 3년은 생존할 거라고 한 사람이 몇 달 만에 죽을 때도 있습니다.

삶에는 예외가 너무 많습니다. 현대 의학이 아무리 진보한다고 해도 수치로 인간의 모든 걸 표현하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의사는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에게 위로, 격려, 축복을 아끼지 않으며 하늘에 맡기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투병하다 어느 순간 고비를 넘으면 환자들이 그 징후를 먼저 느낍니다. 환자는 언제나 자신의 상태와 변화를 세심하게 바라봅니다. 어쩌면 날마다 주야로 암을 묵상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환자보다 자신을 더 잘 아는 사람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종일 삶과 죽음을 생각하다 보니 의사보다 이런 부분에서 훨씬 더 예민합니다. 이때 이들이 “선생님 저 얼마나 살까요?” 같은 질문을 했다면,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의 말에 최대한 귀를 기울이는 것,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입니다. 이런 순간 의사의 한마디는 환자를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