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한 사업가들의 일대기를 보면 어떤 공통점이 보인다. 출발은 달라도, 그들이 지녔던 삶의 태도는 비슷하다. 그리고 그 방식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조용한 지혜와 희망을 건넨다.

코스모스악기 창업자 민명술의 삶을 다룬 회고록 『소리의 명기를 사랑한 거상』은 그런 의미에서 한 시대의 기록이자, 한 인간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동아일보 논설주간을 지낸 언론인 황호택이 오랜 인터뷰와 취재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단돈 200환 들고 타향살이를 시작해 국내 굴지의 악기 회사를 창업한 민명술 회장. 한국 K-팝과 K-클래식의 융성 뒤에는 이런 숨은 조력자들이 있다. /㈜ 나남

이야기의 출발점은 전남 해남의 가난한 농가다. 1942년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를 마치고 더 이상 학업을 이어가지 못했다. 아버지가 쥐여준 돈은 단돈 200환. “나가서 네 길을 찾아봐라.” 그 말 한마디를 들고 열다섯 살 소년은 목포를 거쳐 서울로 올라왔다.

명동에서 리어카를 끌며 사과를 팔았고, 껌과 양담배를 팔았다. 그렇게 번 돈을 그는 고향으로 꼬박꼬박 부쳤다.

그의 성실함을 알아본 사람이 있었다. 악기회사 사장이었다. 그는 그곳에 사환으로 들어가 청소를 하고, 심부름을 하고, 피아노를 닦았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했다. 중학교는 통신교육으로, 고등학교는 야간으로 마쳤다.

눈에 띄는 것은 재능이 아니라 태도였다. 요령을 부리지 않았고, 서두르지 않았고, 속이지 않았다. 다니던 회사가 당시 굴지의 수도피아노에 합병되면서 그는 정식 직원이 됐다.

군 복무 중에는 베트남 파병을 갔고, 위문편지로 인연을 맺은 여성과 사랑을 키워 결혼했다. 돌아온 뒤 그는 다시 악기 일을 시작했다. 이후 코스모스백화점 내에 악기점을 열며 독립했고, 그것이 코스모스악기의 시작이 됐다.

시대는 그를 밀어 올렸다. 악기 수입 자유화, 음악교육 확대, 노래방 산업의 성장. 그는 그 흐름을 읽었고, 야마하 등 해외 굴지 브랜드와 협력하며 사업을 키웠다. 우리나라 K-팝과 클래식의 발전 뒤에는 이런 보이지 않는 기반을 만든 사람들의 역할도 컸다.

최근 나남 출판사에서 나온 코스모스악기 창업자 민명술 회고록 <소리의 명기를 사랑한 거상>. 동아일보 논설주간과 한국신문편집인협회 회장을 지낸 황호택이 저술했다. /㈜ 나남

길거리에서 개피 양담배를 팔던 소년은, 훗날 강남에 빌딩을 세우고 성공한 음악 사업가가 됐다.그러나 그의 중심은 변하지 않았다. 정직과 신뢰였다. 거래처와의 약속을 지켰고, 직원과 고객을 속이지 않았다.

그의 삶에서 더 인상적인 장면은 다른 데 있다. 도박으로 집안을 무너뜨린 형을 원망하지 않고 끝까지 돌본 일, 가톨릭 신앙 속에서 노인요양시설 ‘성 빈첸시오의 집’을 세우고 20년 넘게 운영을 지원해온 일이다. 돈을 번 뒤의 선택이, 그 사람의 진짜를 드러낸다.

민명술의 삶은 화려하지 않다. 대신 단단하다. 조금 느리고, 조금 우직하지만, 그 방식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어떤 사람의 인생을 끝까지 따라가 보면, 결국 남는 것은 삶의 태도다. 어떻게 일했고, 어떻게 사람을 대했고, 어떻게 시간을 견뎌냈는가.

한 사람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질문은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나는 어떤 방식으로 살고 있는가.

▶<마음건강 길>에서 더 많은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