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술과 산업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점점 더 많은 문제를 약이나 영양제로 해결하려 한다.
요즘 크게 주목받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대표적이다. 체중이 15~20% 이상 줄어들 정도로 효과가 크다. 다이어트 분야의 ‘게임 체인저’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비만은 정복되는 것일까.
문제는 약을 끊은 이후다. 체중은 다시 늘고, 경우에 따라 이전보다 증가하기도 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돼 있다.
결국 질문은 여기로 돌아온다. 우리는 왜 먹는가.
며칠 전 대한명상의학회(회장 원승희 경북대병원) 춘계 학술대회에서 들은 발표가 그 지점을 건드렸다.
“배고픔에도 종류가 있다.”
하나는 진짜 배고픔이다. 몸이 에너지를 필요로 할 때 오는 생리적 신호다.
다른 하나는 가짜 배고픔이다. 스트레스, 습관, 외로움, 또는 자극에서 비롯된다. 요즘 흔한 ‘먹방’도 그 한 예다.
우리는 이 둘을 거의 구분하지 못한다.
배가 고파서 먹는지,
마음이 허전해서 먹는지.
문제는 대부분의 과식이 이 가짜 배고픔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나의현 교수는 이 두 가지를 구별하는 능력이 지속 가능한 체중 조절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제시한 방법이 마음챙김 기반 식사 훈련, MB-EAT(Mindfulness-Based Eating Awareness Training) 이다.
진 크리스텔러(Jean Kristeller) 박사가 명상과 심리학을 결합해 만든 프로그램으로 저서 ‘쿠키 반 개가 주는 온전한 기쁨(the joy of half cookie)’에 소개돼 있다.
방법은 단순하다.
먹기 전에 잠시 멈추고 묻는다.
지금 나는 정말 배고픈가.
그리고 먹을 때는 속도를 늦춘다.
한 입씩, 몸의 신호를 따라가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 있다.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이 말한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이다.
“Between stimulus and response there is a space.”
먹고 싶은 충동과 행동 사이에 짧은 간격이 생긴다. 그 틈에서 우리는 이것이 진짜 배고픔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구별할 수 있게 된다.
연구에서는 이런 훈련을 통해 폭식이 감소하고 충동 조절과 정서적 안정, 심지어 영적 안녕감도 개선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의를 듣고 돌아온 날, 나도 한 번 해봤다. 평소라면 피하거나, 혹은 한 번에 여러 개 먹었을 쿠키를 하나 꺼냈다.
그리고 천천히 먹었다.
씹는 감각,
단맛이 퍼지는 속도,
몸의 반응을 따라가며.
설탕이 몸에 미치는 효과도 생각했다.
이상하게도 그날은
그 이후로 쿠키 생각이 다시 올라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