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의 대표적 심장질환인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에서 증상이 없어도 조기에 수술하는 것이 초창기는 물론 장기적으로도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는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에서 국제 가이드라인을 바꾸는 획기적인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연구는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강덕현 교수팀 주도로 이뤄졌고, 논문은 전 세계 의사들의 임상 교과서로 불리는 ‘뉴잉글랜드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25일(미국 현지 시각) 게재됐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심장의 대동맥판막이 노화에 의해 석회화되면서 판막이 제대로 열리지 못하는 질환이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주된 증상은 호흡곤란, 흉통, 실신이다. 하지만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3명 중 1명은 아무런 증상이 없어 심장초음파 등을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의 표준 치료법은 손상된 판막을 기계판막 혹은 조직판막 등의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대동맥판막치환술’이다. 이때 무증상 대동맥판막협착증의 경우, 최적의 수술 시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전 세계 심장학계에서 오랜 논쟁이 이어져 왔다. 환자들이 대개 고령인 탓에 대동맥판막치환술의 합병증 위험을 우려해 주의 깊게 관찰만 하다가, 증상이 나타나면 수술을 시행하는 보존적인 진료 방침이 권고됐다.
그러나 2019년 강덕현 교수팀은 ‘증상이 없어도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조기에 수술하는 것이 심혈관 사망률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연구를 NEJM에 처음 발표했다. 이번에 강 교수팀은 장기 추적 결과를 발표하여 조기 수술 방향으로 치료 가이드라인 변경을 확정한 것이다.
강 교수팀은 2010년 7월부터 2015년 4월까지 판막 입구가 좁아진 무증상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145명을 대상으로, 조기에 수술을 받은 73명과 보존적 치료를 받은 72명을 10년 이상 추적 관찰했다. 조기 수술군 환자들은 진단 후 2개월 내에 대동맥판막치환술을 시행했으며, 보존적 치료군 환자들은 관찰 기간 중 증상이 나타나면 대동맥판막치환술을 시행했다.
평균 12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수술 사망 또는 심혈관 사망 발생률이 지켜보다가 수술한 보존적 치료군에서 24%인데 반해 조기 수술군에서는 3%로 큰 차이를 보였다. 모든 원인에 의한 전체 사망률도 보존적 치료군에서 32%, 조기 수술군에서 15% 발생해 절반 가량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강덕현 교수는 “중증 대동맥판막환자들은 증상이 없는 기간에도 판막 협착이 악화되면서 심장이 손상돼 급사 위험이 증가한다”며 “증상이 없어도 심장초음파 검사에서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진단받았다면 조기에 치료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