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자영업을 하는 60대 초반 최모씨는 최근 탈모 치료제와 저용량 발기부전 치료제를 매일 먹고 있다. 나이 들어 머리카락이 빠지고, 기력이 떨어진 듯해서다. 저용량 발기부전 치료제는 치매 예방에도 좋다는 신문 기사도 읽은 터이다. 그런데 그가 집어 먹은 약은 한 알이다. 두 가지 성분을 한 알에 합친 복합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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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가지 이상의 약물을 하나로 뭉친 약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약학적으로는 ‘고정용량 복합제’라고 부른다. 복합제의 역사는 20세기 중반 감염병 치료에서 시작됐다. 1950~60년대 결핵 치료에서는 여러 항생제를 동시에 복용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환자들이 약을 빼먹거나 일부 약만 복용하면서 약제 내성이 문제 됐다. 이에 여러 약을 하나의 알약에 넣는 방식이 고안됐다. 환자가 약을 빠뜨릴 가능성을 줄이고, 치료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에이즈 바이러스 치료에서도 복합제가 활약했다. 1990년대 여러 항바이러스 약물을 하루에 열 알 이상 먹는 경우도 있었는데, 세 가지 항바이러스 약을 한 알에 넣은 복합제가 등장하면서 복약 부담이 크게 줄었고 치료 성공률도 높아졌다.

복합제는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 치료에서 빠르게 확대됐다. 혈압을 조절하려면 두 가지 이상 약을 동시에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칼슘채널 차단제와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를 결합한 혈압약이 사용된다. 당뇨병 치료에서도 혈당을 낮추는 약과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는 약을 결합한 복합제가 쓰인다.

심혈관질환 치료에서도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스타틴, 혈압약, 혈당약, 중성지방 저하제, 아스피린 등 다양한 조합의 복합제가 등장했다. 이런 복합제를 사용하면 심혈관질환 위험을 효율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우리가 흔히 먹는 감기약 대부분이 사실은 복합제다. 감기에는 발열, 두통, 콧물, 코막힘, 기침 같은 여러 증상이 동시에 나타난다. 그래서 감기약에는 해열진통제, 항히스타민제, 기침 억제제, 비충혈 제거제 등이 함께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진통제 분야에서도 두 가지 진통 성분을 함께 넣어 효과를 높인다.

최근에는 복합제가 질병 치료 넘어 ‘삶의 질 개선’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립선비대증, 탈모, 발기부전 등을 타깃으로 하는 복합제다. 이 문제들은 중장년 남성에게 흔히 함께 나타난다.

의약전문가들은 고령화로 인해 여러 질환이나 기능의 문제를 동시에 갖는 환자가 늘고 있고, 복합제가 여러 약을 복용하는 번거로움을 줄이면서 약물 복용 효과 순응도를 높이기에 앞으로 다양한 복합제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