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편의점에 전자담배가 진열되어 있다. /뉴스1

비흡연자이더라도 만성 폐 질환을 앓았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폐암 발병 위험이 최대 7배 이상 높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김홍관·이정희 교수와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지원준 교수·곽현석 전공의 공동 연구팀은 11일 국제 학술지 ‘체스트’(CHEST)를 통해, 국내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위험 인자를 규명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비소세포폐암을 진단받은 3000명과 폐에 이상이 없는 대조군 3000명을 일대일로 비교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양 집단은 모두 흡연 경험이 없는 비흡연자였다.

연구 결과 비흡연자 폐암 발병의 가장 강력한 위험 인자는 만성 폐 질환 유무인 것으로 나타났다. 흡연 경험이 아예 없더라도 폐결핵 등 폐 관련 질환 병력이 있을 때, 폐암 발병률이 대조군보다 2.91배 높았다. 특히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 환자의 경우 폐암 발병 위험은 7.26배까지 올라갔다. 연구팀은 폐에서 계속되는 만성적 염증 반응이 이런 수치 변화의 주된 원인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가족력도 폐암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1촌 이내 가족 중 폐암 환자가 있는 사람의 발병률은 1.23배 높았으며, 이 중 형제자매가 폐암 병력을 가졌을 때 위험도는 1.54배로 더욱 두드러졌다. 사회·경제적 요인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는데, 비수도권 거주자의 폐암 위험은 수도권 거주자보다 2.81배 높게 측정됐다. 실업 상태인 경우에도 1.32배 증가했다.

지원준 교수는 “기존 흡연자 중심의 검진 체계를 넘어 비흡연자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는 새로운 예방 및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호관 교수도 “비흡연자들은 상대적으로 폐 건강에 소홀하기 쉬운데, 담배를 피우지 않더라도 만성 폐 질환이 있거나 폐암 가족력이 있다면 정기 검진과 관리를 통해 폐암을 조기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