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정부가 미국인을 위한 식생활 지침 개정안(2025~2030년)을 내면서 기존 건강 식이와 달리 붉은 고기를 더 많이 먹고, 우유도 저지방보다 본래 우유를 먹으라고 강조했다. 이에 많은 사람이 “고기와 지방을 많이 먹어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학계에서 일부 논란거리도 있지만 개정안이 가지는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식생활 지침의 핵심 메시지는 “진짜 음식을 먹어라(Eat Real Food)”이다. 이는 특정 영양 성분 하나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가공이 최대한 적게 관여한 식품을 먹으라는 얘기다. 식품 공장에서 화학물질을 가미한 ‘초가공 식품’을 버리고, 농장과 목장에서 식탁으로 바로 온 ‘진짜 음식’을 먹을 것을 강조한 것이다. 고기, 생선, 달걀, 유제품, 채소, 과일, 견과류 등 자연 상태의 영양 밀도가 높은 식품이 식단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필자가 평소에 강조하는 “척 봐서 재료를 알 수 있는 음식을 먹어라”와 일맥상통한다.
특히 이번 미국 정부의 식생활 지침은 설탕과 정제 탄수화물에 대해 전례 없이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과거의 영양 지침들이 설탕을 ‘적당히’ 줄이라고 권고했다면, 이번 지침은 건강한 식단에 첨가당이나 인공 감미료가 한 톨이라도 낄 자리는 없다고 못 박았다. 권장 섭취량은 아예 ‘없음’이다. 현실적인 섭취를 고려하더라도, 지침은 한 끼 식사에 포함된 첨가당이 10g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는 작은 초콜릿 바 하나 또는 가당 음료 반 캔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이다. 특히 유아 및 4세 이하 어린이의 경우, 첨가당 섭취를 완전히 피할 것을 강조했다.
지침은 또한 흰 빵, 파스타, 크래커, 밀가루 토르티아, 아침 시리얼 등과 같은 정제 곡물을 ‘설탕의 변장’이라고 규정했다. 정제된 전분은 체내에서 빠르게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설탕을 먹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대사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건강하다고 믿었던 ’100% 과일 주스’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침은 과일 주스가 설탕물과 유사한 포도당 및 과당 비율을 가지고 있어서 대사적으로 설탕과 비슷하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설탕 대안으로 여겨지던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등 ‘제로 칼로리’ 인공 감미료 역시 권장되지 않는다. 지침은 갈증 해소를 위한 최고의 음료는 물뿐이라고 했다.
이번 식생활 지침 개정안은 자연의 원형에서 멀어진 ‘초가공식품’이 일상적인 식사가 되어버린 현실을 직격했다. 설탕, 인공 감미료, 유화제, 정제 탄수화물이 결합된 식품이 범람하는 상황을 놔둘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저지방 우유를 만들려고 들어간 첨가물을 마시는 것보다 본래 우유를 마시는 게 더 낫다고 한 것이다. 만성질환의 뿌리는 특정 성분이 아니라 식품의 ‘원형질 변형’에 있다는 인식이다.
식생활 지침은 변장 설탕인 고가공 정제 탄수화물 대신 섬유질이 풍부한 통곡물을 섭취를 권장한다. 개인의 필요 칼로리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하루 2~4회 섭취를 목표로 한다. 또한 저(低)탄수화물 식단을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유효한 선택으로 인정했다. 2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하루 탄수화물 섭취량을 130g 미만으로 제한하면 중성지방이 감소하고 유익한 콜레스테롤이 증가하며 혈당이 개선된다.
탄산음료, 과일 음료, 에너지 드링크 등 설탕이 들어간 음료는 모두 피해야 한다. 과일과 채소는 자연 형태 그대로 섭취하기를 권장한다. 100% 과일이나 채소 주스라 할지라도 섭취량을 제한하거나 물에 희석해서 마셔야 하며, 가급적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양으로 과일과 채소를 섭취하는 것을 권했다. 정제된 전분, 설탕, 정제유, 화학 첨가물이 복합된 감자칩, 쿠키, 사탕 등 짠맛이나 단맛이 나는 가공식품의 섭취도 피해야 한다. 지침 개정안을 계기로, 현대인의 입맛을 묶어 놓은 가공식품의 범람에 휩쓸리지 말고, 자연 그대로 식품 원형을 추구하는 식생활 혁명이 일어났으면 한다.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