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에서 생성된 알부민은 위와 장에서 분해된 각종 영양소를 우리 몸 전체로 배달하며 독성 물질까지 흡착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간질환자를 보는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외래 진료실에서 환자 열 명 중 대여섯이 “알부민을 먹어야 하느냐”고 의사에게 묻는다고 한다. 어떤 이는 알부민 제품을 가지고 와서 의사에게 보여준다. 의사들은 한결같이 “식품 알부민 먹어도 체내 알부민은 올라가지 않아요. 비싼 돈 들여 먹지 않아도 돼요”라고 말한다.

홈쇼핑, 광고, 일부 방송 프로그램에서 알부민 제품 홍보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요즘 특히 설날을 앞두고 어르신 선물용으로 알부민 광고와 선전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의약 전문가들은 계란 흰자위나 유청 단백질로 만든 식품을 의사나 한의사, 방송인이 등장해 핏속에서 돌아다니는 혈장 알부민 기능과 교묘히 연결해 홍보하는 지금의 상황은 ‘대국민 사기’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핏속에 있는 혈장 알부민은 영양소와 호르몬을 운반하고 혈관 내 삼투압을 유지하며 면역 기능에도 관여한다. 의학적으로 맞는 설명이다. 하지만 알부민 식품 광고와 방송에서는 “나이가 들면 이런 알부민이 줄어든다”, “기력이 떨어지면 알부민을 보충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며 식품 알부민 섭취를 권한다. 그러면 소비자는 그렇게 중요한 혈장 알부민 보충을 위해 식품 알부민을 먹어야겠구나 하고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혈장 알부민과 식품 알부민은 별개다. 혈장 알부민은 간에서 합성돼 혈액으로 들어가는 단백질이다. 반면 시중에서 판매되는 식품 알부민은 섭취 후 소화 과정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흡수되기 때문에 먹은 알부민이 혈중 알부민으로 전환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혈중 알부민 수치가 낮아지는 경우도 매우 드물다. 기력이 떨어진 노인이더라도 혈장 알부민 수치는 거의 모두 정상 범위에 있다. 혈장 알부민 농도가 떨어지는 경우는 간경화, 투석이 필요한 만성 신부전, 중증 염증처럼 중대한 질환이 있을 때뿐이다. 그러기에 의약전문가들은 “기력이 떨어지면 알부민을 먹어서 보충하라”는 선전에 “거의 사기”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알부민 식품 과대·과장 광고가 성행하고 있음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단속 대응 계획이 없다. 상·하반기 정기 점검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알부민 식품이 의약품처럼 오인되는 과장 광고에 대한 문제 지적이 있었음에도 식약처 대응이 미지근하니, 지금과 같은 알부민 대국민 사기가 성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식약처는 2월 중으로 알부민 포함 의약품 유사 제품 등에 대해 과대 광고 특별 점검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사라면 혈장 알부민과 식품 알부민은 별개라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방송에 나와 이런 얘기는 하지 않고, 알부민 광고와 선전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라며 “이런 ‘쇼닥터’ 행태를 짚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