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세 직장인 최모씨는 겨울만 되면 감기와 장염을 앓으며 고생한다. 한 번 걸리면 회복도 더디다. 추운 날씨에 야외 활동이 줄고, 퇴근하면 곧장 집으로 돌아와 소파에 앉아 TV를 본다. “운동은 봄 되면 다시 하죠”라는 말을 달고 지낸다.
최씨의 ‘겨울 앓이’ 원인은 면역력 저하 탓이다. 겨울에 면역력이 떨어지는 이유로 야외 활동 부족, 건조한 공기, 실내 의자 생활 증가 등을 떠올린다. 그런 면역 저하 배경에는 심부 체온이 관련돼 있다. 심부 체온은 겨드랑이나 이마에서 재는 체온이 아니라, 뇌·심장·간 등 주요 장기의 신체 내부 온도를 말한다. 정상 성인의 심부 체온은 약 36.8~37.0도 인데, 문제는 겨울이 되면 활동량 감소와 추위 노출로 이 온도가 0.3~0.5도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 미세한 변화가 면역계에 큰 차이를 만든다. 면역 세포는 ‘따뜻할수록’ 잘 움직이고, 체온이 떨어지면 반응이 둔해진다. 날씨가 추워지면 “감기 조심하라”는 말도 이런 근거에서 나온 말이다. 면역 최전선에 있는 자연살해세포(NK cell), T림프구에 대한 실험실 연구에 따르면, 체온이 0.5~1℃ 상승한 상태에서 NK세포의 암세포·바이러스 제거 능력이 증가했다. T세포의 항원 인식과 증식 속도도 향상됐다. 바이러스 감염 시 열이 나는 것도 면역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 땀이 나는 운동이나 사우나 직후 면역 활성 지표가 상승했다는 조사가 보고된다.
반대로 저체온 환경에서는 호흡기 점막 혈류가 감소하여, 바이러스 방어력이 떨어지고, 면역 세포 이동 속도도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바이러스 침투와 증식에 유리한 환경이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겨울철 면역 관리의 핵심은 심부 체온을 살짝 올리는 데 중점을 줘야 한다. 땀이 살짝 맺힐 정도의 유산소 운동은 심부 체온을 0.5~1도 올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운동 직후 NK세포 활성도가 2~3배 증가한다. 달리기, 숨이 살짝 가쁠 정도의 빠르게 걷기, 실내 자전거 타기, 계단 오르기 등이 권장된다.
북유럽 핀란드는 추운 겨울에 일상에서 사우나를 자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핀란드 동부 지역 2300여명의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사우나 사용 빈도와 건강 지표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주 4~7회 사우나 이용자는 주 1회 이용자보다 심장 돌연사 위험이 감소하고,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줄었다. 스트레스 감소와 면역 체계 강화에도 이점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일본 등에서는 일상에서 사우나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 반신욕이다. 대부분의 집에서 욕조를 이용해 반신욕을 할 수 있다. 물 온도를 겨울철에는 40도 정도로 맞추고, 배꼽 상단 부위까지 몸을 물에 담그고, 15~20분 유지하면, 심부 체온을 서서히 올리면서도 심장 부담은 최소화할 수 있다<그래픽 참조>. 이때 욕실 실내 온도가 너무 낮아서는 안 된다. 따뜻한 물 반신욕은 수면에도 도움을 주니, 취침 1~2시간 전에 하는 게 좋다.
고령자일수록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겨울철에는 실내와 야외에서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어 보온에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체온 손실이 많이 일어나는 발·복부·목을 따뜻하게 해야 심부 체온 하강을 막고, 면역 저하를 줄일 수 있다. 면역력은 ‘따뜻한 환경’에서 잘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하루 한 번이라도 심부 체온이 올라가는 시간을 갖는 게 면역 관리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