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매일 7시간 반을 꼭 잔다. 야간 당직을 선 날은 밤 1시에 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난다. 회식이 없는 날은 밤 10시에 잔다. 주말에는 늦잠을 몰아 잔다. 7시간 반을 자도 피곤하고, 낮에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느낀다.

B씨는 매일 6시간을 잔다. 항상 밤 11시에 자서 아침 5시에 일어난다. 주말에도 비슷하다. 그래도 낮에 졸리지 않고, 머리가 맑다. 수면 시간만 놓고 보면 ‘7시간 반’ 자는 A씨가 ‘모범생’이다. 그러나 의학적으로는 B씨의 수면이 더 건강하다. 거기에는 ‘수면 규칙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김현국

오랫동안 수면의 질을 이야기할 때 “몇 시간 잤나”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면 시간보다 같은 시간에 자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일관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수면 규칙성(sleep regularity)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다.

우리 몸에는 생체시계가 있다. 뇌 시상하부의 시교차상핵이 하루 24시간 주기로 혈압, 체온, 호르몬, 면역 기능을 조율한다. 이 시계는 규칙적인 신호를 전제로 작동한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잠들고, 비슷한 시간에 깨면, 혈압 리듬이 안정되고, 인슐린 분비가 일정해지며, 염증 반응이 준다. 하루 동안 뇌에 쌓인 퇴적물을 자는 동안에 제거하는 청소 시스템(글림프계)도 제대로 작동한다.

서울대병원 이유진(정신건강의학과) 수면의학센터 교수는 “수면 규칙성은 낮잠을 포함하여 하루 24시간에서 자고 깨는 것을 얼마나 일관되게 하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라며 “최근 연구들은 얼마나 잤는지의 수면 시간보다 이러한 수면 규칙성이 사망률, 심혈관대사질환, 우울증, 삶의 질과 더 많은 연관성을 갖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반대로 수면 시간대가 들쭉날쭉하면, 몸은 매일 새로운 시간표에 적응하느라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수면-각성 리듬이 깨진 사람일수록 기억력, 집중력, 실행 기능이 떨어지고, 알츠하이머병 관련 단백질 축적이 많다는 보고들이 이어지고 있다. 치매 예방의 시작은 규칙적인 취침 시각인 셈이다.

수면 규칙성은 스마트 워치로 수면 기록을 하고, 일주일 수면 시간대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스마트 워치가 없다면, 일상의 수면 패턴을 기록해서 비교해 보면 된다. 만약 평일·주말 기상 시각이 2시간 이상 차이 나거나, 밤마다 스마트폰을 보다 잠드는 시간이 달라지며, 알람이 없으면 비슷한 시각에 잠에서 깰 수 없거나, 야식이나 음주로 잠드는 시간이 자주 바뀐다면, 수면 규칙성이 낮은 상태로 봐야 한다<그래픽 참조>.

이런 수면 패턴을 의학적으로는 ‘사회적 시차(social jet lag)’라고 부른다. 매주 시차 여행을 하는 것과 같은 스트레스를 몸에 준다는 의미다.

수면 규칙성을 높여야 잠으로 얻는 건강 이득을 높일 수 있다. 우선 기상 시각부터 일정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주말과 휴일에도 평일 기상 시각과 1시간 이내로 유지해야 한다. 밤 10시 이후에 강한 빛의 자극을 줄이고, 스마트폰 사용을 절제해야 한다. 빛은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을 억제하고, 스마트폰 사용은 잠을 뒤척이게 하는 흔한 원인이다.

아침 햇빛을 쬐라. 아침 햇볕은 생체시계를 재설정하는 가장 강력한 신호다. 10~20분이면 충분하다. 낮잠을 자야 한다면, 일정 시간대에 30분 이내로 오후 3시 이전에만 하라.

수면은 질서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일정한 리듬의 영역이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자고,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 이 단순한 습관이 인지기능을 지키고, 심혈관을 보호한다. 같은 7시간 수면이라도, 제때 자고, 제때 일어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